[뉴스&와이] 별거 없다, 유전자 탓이다… 유전이다

　기자는 이란성 쌍둥이다. 비슷하면서도 닮지 않은 누나가 한 명 있다. 15분 늦게 태어난 죄로 '윗사람' 자리를 내줬다. 엄격한 교육 덕에 힘은 세지만 누나에게 찍소리 못하고 지내는 날이 많았다. 초·중학교 시절 같이 다니면 주변에서 "넌 벌써 여자친구가 있니?"라는 말을 수시로 듣곤 했는데….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동생으로 살아왔던 지난 수십 년의 시간이 문득 떠올랐다).

　이란성 쌍둥이라고 밝힌 뒤 주변 사람들이 내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이란성 쌍둥이를 낳을 수 있어요?"였다. "녹용을 먹으면 된다면서요?" "임신을 앞두고 컴퓨터를 자주하면 전자파 때문에 정자에 문제가 생기면서…." 별별 소리를 다 들어봤는데 부모님께 확인한 결과 "알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아들딸을 한꺼번에 낳을 수 있는 이란성 쌍둥이는 인기가 참 많았다. 네덜란드, 호주, 미국 등 8개국 국제 공동연구진이 이란성 쌍둥이가 왜 태어나는가에 대한 비밀을 파헤친 연구논문을 국제 학술지인 '인간 유전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결론은 '유전자'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와 미국 미네소타대, 호주 퀸즐랜드 의학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여성 2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두 가지 독특한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는 물론 서구 사회에서도 이란성 쌍둥이가 태어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80~2011년 사이에 이란성 쌍둥이 출생률이 7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험관 아기 시술 증가와 산모 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구진이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여성 2000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다른 여성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던 유전자 두 개가 발견됐다. 첫 번째 유전자는 'rs11031006'이다. 이 유전자는 '난포자극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난포자극호르몬의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 여러 개의 난자가 방출된다. 연구진은 "이란성 쌍둥이를 낳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여러 난자의 방출"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유전자는 'rs17293443'이다. 이 유전자는 분자 간 신호 전달에 변화를 일으켜 난소가 난포자극호르몬에 반응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란성 쌍둥이의 출생 가능성을 rs11031006 유전자가 18%, rs17293443 유전자가 9% 정도 높이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 결론은 유전자였다. "이란성 쌍둥이를 낳으려면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적이 있는 집안과 만나야 한다"는 옛말이 과학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이다. 첫째로 아들을 낳고 둘째로 또 아들을 낳을까 봐 두려워 둘째 갖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한번 고생으로 아들과 딸을 단번에 낳을 수 있는 방법은 이란성 쌍둥이의 피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자는 이란성 쌍둥이의 피를 갖고 있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