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비밀수첩-84] 지난달 22일 장중 2023.77을 찍으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2020을 찍은 지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2022.1로 장을 마친 코스피는 다음날부터 약보합으로 주춤하더니 29일 2000선을 내준 데 이어 이달 2일 1978.15로 장을 마쳤다. 2020선을 찍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1980선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지난달 28일 돌연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코스피는 맥을 추지 못했다.

　이번에도 코스피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밸류에이션 부담이었다. 코스피는 2010년 이후 주가순이익비율(12개월 선행 기준) 10~11배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상단 돌파에 실패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코스피를 박스권에 머물게 하는 주범이다.

　코스피가 2020선을 돌파했을 때도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을 낙관하지 못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코스피 PER가 11.4배까지 올라가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다"며 "5년 새 코스피 PER가 11배를 넘어선 적이 없는데 실적 모멘텀이 없는 한 더 오르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사자'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기관들이 매도로 돌아서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것도 코스피에 부담이 됐다. 특히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철강, 조선, 화학 같은 대형주 중심으로 하락폭이 컸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3회차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것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겼다.

　작년 주식시장도 4월이 고점이었다. 작년에는 중국 경기가 부진했고, 그리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지속됐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 말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한 차례 연기하면서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시켰다. 금리 인상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고, 유가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1분기 GDP성장률이 부진한 데 이어 4월 경제지표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투자자들이 미국 경기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늦어질 정도로 미국의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는 메시지가 시장에 전달된 것이다.

　그리스 부채 위기 사태도 1년 전처럼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스는 7월 대규모 국채 원리금 상환을 앞두고 있는데 추가 구제금융 협상은 난항이다. IMF가 그리스에 추가 긴축을 요구하는 반면 그리스는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구제금융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그리스가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놓이면 글로벌 증시는 휘청거리게 될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2분기에 저점을 통과하고 하반기에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그리스 위험 등으로 위험지표가 상승할 수 있어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미정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