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박원의 시사콩트-6] 박정민 씨는 도쿄 한복판에서 유소희 씨를 다시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롯폰기힐스 인근에 있는 일본 거래업체 사무실에서 팀장과 함께 오전 미팅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이었다. 저쪽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여 설마 했는데 진짜 소희였다. 반갑게 인사를 해야 할까, 모르는 척 지나쳐야 하나, 아주 짧은 순간 고민하는데 눈길이 마주쳤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희, 네가 여기 웬일?" "친구가 도쿄에 살아서 휴가 내고 놀러 왔지. 정민씨는 출장?" "부품을 사다 쓰는 일본 거래업체가 이 근처에 있어. 잘 지냈지?" "심심하지는 않았어."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소희씨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졌다. 힘없는 목소리에 살짝 원망이 묻어났다. 정민씨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랬다면 다행이고. 그럼 잘 놀다 가."

　그날 일과가 끝난 뒤 정민씨는 낮에 우연히 만났던 소희씨를 떠올렸다. 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