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어려움 함께 나누는 '품앗이 스타트업' 꿈꾸다
2016.01.21 15:02 l 표철민
[표철민의 창업플러스-21] 지난 주말 외조부상을 당했다. 외박을 나와 있었는데 비보를 듣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외조부상이기 때문에 친구를 부르기도 애매해 거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회사에서만 화환을 보내주고 후임 대표가 수원까지 찾아왔다. 오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막상 오니 마음에 큰 위안이 되었다. 둘이 한참을 앉아 요즘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 후임 대표가 난생 처음 대표로 산 지난 일 년의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떠나고 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일반적으로 직원 수가 적기 때문에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아무래도 경조사에서 적잖은 외로움을 겪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기업은 직원들의 경조사 시 회사 로고가 그려진 비품도 보내고 회사 깃발도 보내고 직원들도 무수히 다녀가곤 하는데 스타트업은 직원 수도 적고 비교적 다들 젊어서 경조사를 자주 겪지 않아 품앗이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까닭이다.
물론 경조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곤욕일 수 있겠으나 막상 상을 당하고 보니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찾아가 돕는 품앗이 문화가 대기업을 다니는 장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우산을 쓴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이 대기업에 속한 안정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 벤처기업 대표에게서 직원들의 부모상은 물론 조부모상까지 전국 각지를 불문하고 직접 참석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어언 15년이란다.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직원이 그 회사에 150명 정도 있었으므로 조부모상까지 한다면 경조사가 정말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대표는 지금껏 그 룰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연유인지 그 회사는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보다 이직률이 현저히 낮았다. 회사 성과도 좋아 매년 해외에서 상도 받고 꾸준한 실적 성장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직원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대표가 멀리에서 찾아와 기꺼이 자리를 함께해 준다면 분명 인간적으로 더 신뢰하게 될 것이다. 그건 나도 대표를 해본 입장에서 대단한 결심과 노력이 없으면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다. 미리 짜인 일정도 있을 것이고 피곤하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 그럼에도 그 원칙을 지키기로 마음먹고 지켜왔다는 점에서 그 대표님은 직원 입장에서 충분히 기대고 싶은 리더이고 그 회사는 몸담고 싶은 조직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런 점에서 그동안 너무 어렸던 탓에 경조사에 매우 소홀했던 것 같다. 직원들의 부모상에는 참석을 했지만 한두 번의 형식적인 위로 인사 외에 진심으로 그 직원이 느낄 상실감을 위로하고 일을 잠시 중단하고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까지는 인색했던 것 같다. 내가 어려서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처 헤아리지를 못했다. 역시 사람은 겪은 만큼 헤아릴 수 있고 배려하거나 존중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런 점에서 아직도 참으로 부족한 대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이모부는 전북 정읍에서 작은 비료회사를 운영하는데 이번 상에 일요일임에도 십수 명이 넘는 직원들이 수원까지 문상을 왔다. 나는 의아해서 이모에게 어떻게 저렇게 직원들이 많이 왔느냐고 물었는데 이모는 "사장 장인상인데 당연히 올 수 있지"라고 했다. 내가 너무 어려서 또는 스타트업에 종사해서 그런지 그 '당연히'가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온 직원들은 싫은 티 없이 정말 사장님을 위로하고 자신들끼리 두런두런 앉아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 이모부 입장에서는 큰 위로도 되고 힘도 되고 했을 터였다. 과연 내가 거꾸로 부산쯤에서 장인상을 겪는다면 우리 직원들 중에 몇 명이나 참석을 해줄 것인가 생각해보니 전북 정읍의 중소기업과 서울의 스타트업 사이에는 기업 문화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운 이사들이나 참가할까?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회사는 경조사를 전 직원이 서로 살갑게 챙기는 그런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직원들이 전체적으로 젊어서일까? (하지만 전북 정읍의 중소기업에도 젊은 직원은 의외로 되게 많았다. 단지 나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내가 하고 있는 IT업이 효율성,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분야라서 그럴까? (그렇게 믿고 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의 차이인 것인가? (그게 대체 어떤 차이일까?)
아무튼 생각이 거기까지 닿으니 조금 더 품앗이 공동체스러운 스타트업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서로의 경조사는 다른 회사보다 유난히 챙기고, 어려움은 더 살갑게 나누고 기쁜 일도 더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는 회사가 되면 보다 따뜻한 스타트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회사라면 이직률도 떨어지고 모두가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회사 멤버들을 서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 그들의 어려움을 역지사지의 자세로 헤아리는 측은지심을 전사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종의 '비글 문화'를 만든다면 좀 더 따뜻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회사도 많을 것이지만 적어도 내가 만든 회사들은 효율적이고 표면적인 동료애를 나누는 회사였던 것 같다. (사실 많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우리랑 별반 다를 바 없겠지만 말이다.) 진짜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든다면 어떨까? 가족을 지향하는 회사가 아니라 진짜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필요할 때 냉정하게 조직을 변경하거나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기 어려워질까? 회사의 경영 효율과 직원들의 관계는 항상 상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둘은 화목하다가도 언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좀 더 따뜻하고 가족 같은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사실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각박한 세상에 회사 동료만큼 하루 종일 오래 보고 가까이 있는 이웃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회사에서조차 지나치게 삭막하게 서로를 일로만 대하고 안부는 형식적으로만 전한다면 정을 나누는 단위가 '우리 가족' '내 주위 약간의 친구들' 정도로 지나치게 좁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회사 공동체'가 사회 공동체의 구성과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회사마저 지나치게 효율 추구, 성과 중심으로 사람을 빼놓고 운영하다 보면 사람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누가 조직의 힘을 빌어 큰 단위로 보살펴 줄 것이며 누가 의미 있는 지원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회사에는 조직도 있고 시스템도 있고 재정도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갑자기 닥친 큰 혼란이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보듬고 다시 회복하도록 도와줄 여력이 있다. 그런 힘과 여유가 있기 때문에 회사 공동체는 개인의 좋은 우산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개인에게 그런 큰 우산의 경험을 주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해 온 것과 같이, 스타트업도 그런 우산을 작게나마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돈이나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장과 조직, 전 직원들의 의식의 문제다. 우리 회사를 우리 스스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서로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우산으로 만들겠다는 의식이 있을 때 좋은 스타트업은 더 위대한 스타트업이 되어 좋은 사람을 오래도록 붙드는 우리만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표철민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물론 경조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곤욕일 수 있겠으나 막상 상을 당하고 보니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찾아가 돕는 품앗이 문화가 대기업을 다니는 장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우산을 쓴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이 대기업에 속한 안정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 벤처기업 대표에게서 직원들의 부모상은 물론 조부모상까지 전국 각지를 불문하고 직접 참석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어언 15년이란다.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직원이 그 회사에 150명 정도 있었으므로 조부모상까지 한다면 경조사가 정말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대표는 지금껏 그 룰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연유인지 그 회사는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보다 이직률이 현저히 낮았다. 회사 성과도 좋아 매년 해외에서 상도 받고 꾸준한 실적 성장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직원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대표가 멀리에서 찾아와 기꺼이 자리를 함께해 준다면 분명 인간적으로 더 신뢰하게 될 것이다. 그건 나도 대표를 해본 입장에서 대단한 결심과 노력이 없으면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다. 미리 짜인 일정도 있을 것이고 피곤하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 그럼에도 그 원칙을 지키기로 마음먹고 지켜왔다는 점에서 그 대표님은 직원 입장에서 충분히 기대고 싶은 리더이고 그 회사는 몸담고 싶은 조직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런 점에서 그동안 너무 어렸던 탓에 경조사에 매우 소홀했던 것 같다. 직원들의 부모상에는 참석을 했지만 한두 번의 형식적인 위로 인사 외에 진심으로 그 직원이 느낄 상실감을 위로하고 일을 잠시 중단하고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까지는 인색했던 것 같다. 내가 어려서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처 헤아리지를 못했다. 역시 사람은 겪은 만큼 헤아릴 수 있고 배려하거나 존중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런 점에서 아직도 참으로 부족한 대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이모부는 전북 정읍에서 작은 비료회사를 운영하는데 이번 상에 일요일임에도 십수 명이 넘는 직원들이 수원까지 문상을 왔다. 나는 의아해서 이모에게 어떻게 저렇게 직원들이 많이 왔느냐고 물었는데 이모는 "사장 장인상인데 당연히 올 수 있지"라고 했다. 내가 너무 어려서 또는 스타트업에 종사해서 그런지 그 '당연히'가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온 직원들은 싫은 티 없이 정말 사장님을 위로하고 자신들끼리 두런두런 앉아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 이모부 입장에서는 큰 위로도 되고 힘도 되고 했을 터였다. 과연 내가 거꾸로 부산쯤에서 장인상을 겪는다면 우리 직원들 중에 몇 명이나 참석을 해줄 것인가 생각해보니 전북 정읍의 중소기업과 서울의 스타트업 사이에는 기업 문화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운 이사들이나 참가할까?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회사는 경조사를 전 직원이 서로 살갑게 챙기는 그런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직원들이 전체적으로 젊어서일까? (하지만 전북 정읍의 중소기업에도 젊은 직원은 의외로 되게 많았다. 단지 나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내가 하고 있는 IT업이 효율성,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분야라서 그럴까? (그렇게 믿고 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의 차이인 것인가? (그게 대체 어떤 차이일까?)
아무튼 생각이 거기까지 닿으니 조금 더 품앗이 공동체스러운 스타트업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서로의 경조사는 다른 회사보다 유난히 챙기고, 어려움은 더 살갑게 나누고 기쁜 일도 더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는 회사가 되면 보다 따뜻한 스타트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회사라면 이직률도 떨어지고 모두가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회사 멤버들을 서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 그들의 어려움을 역지사지의 자세로 헤아리는 측은지심을 전사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종의 '비글 문화'를 만든다면 좀 더 따뜻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회사도 많을 것이지만 적어도 내가 만든 회사들은 효율적이고 표면적인 동료애를 나누는 회사였던 것 같다. (사실 많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우리랑 별반 다를 바 없겠지만 말이다.) 진짜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든다면 어떨까? 가족을 지향하는 회사가 아니라 진짜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필요할 때 냉정하게 조직을 변경하거나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기 어려워질까? 회사의 경영 효율과 직원들의 관계는 항상 상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둘은 화목하다가도 언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좀 더 따뜻하고 가족 같은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사실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각박한 세상에 회사 동료만큼 하루 종일 오래 보고 가까이 있는 이웃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회사에서조차 지나치게 삭막하게 서로를 일로만 대하고 안부는 형식적으로만 전한다면 정을 나누는 단위가 '우리 가족' '내 주위 약간의 친구들' 정도로 지나치게 좁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회사 공동체'가 사회 공동체의 구성과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회사마저 지나치게 효율 추구, 성과 중심으로 사람을 빼놓고 운영하다 보면 사람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누가 조직의 힘을 빌어 큰 단위로 보살펴 줄 것이며 누가 의미 있는 지원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회사에는 조직도 있고 시스템도 있고 재정도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갑자기 닥친 큰 혼란이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보듬고 다시 회복하도록 도와줄 여력이 있다. 그런 힘과 여유가 있기 때문에 회사 공동체는 개인의 좋은 우산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개인에게 그런 큰 우산의 경험을 주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해 온 것과 같이, 스타트업도 그런 우산을 작게나마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돈이나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장과 조직, 전 직원들의 의식의 문제다. 우리 회사를 우리 스스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서로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우산으로 만들겠다는 의식이 있을 때 좋은 스타트업은 더 위대한 스타트업이 되어 좋은 사람을 오래도록 붙드는 우리만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표철민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