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리스크 관리 (3) 사람관리는 어떻게
2015.11.26 15:02 l 표철민
[표철민의 창업플러스-13] 회사를 하다 보면 갑자기 사람이 나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나갈 때는 정말이지 속수무책이다. 직접 만나 부탁도 하고 사정도 하고 때론 급여 인상이나 자택근무 등 여러 '당근'을 제시해도 상대방은 단호할 때가 있다. 이런 갑작스런 퇴사는 벤처 입장에서 큰 리스크이자 손실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장과의 불화, 직속 상사와의 불화, 동료 간의 불화, 업무에 대해 보람을 못 느낀다거나 성장 정체를 느낀다거나 집안 사정, 또는 건강 문제 등 정말 다양하다.
사장은 그런 일이 최대한 안 일어나도록 직원 개개인과 공식, 비공식적으로 자주 대화하거나 중간 관리자를 통해 각 팀원들의 현 상황을 잘 파악하며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100% 리스크를 헤지할 방법은 없으므로 회사에는 종종 급작스런 퇴사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우리는 이 같은 부침을 참 많이 겪었다. 우선 창업 이듬해인 2007년 창업 멤버인 핵심 개발자 두 명이 급작스럽게 퇴사해 제품을 만들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 명은 당시 네이버에 인턴을 하러 떠났고 다른 한 명은 학교로 돌아갔다. 나는 디자이너와 둘이 남아 개발자를 수소문해가며 소개 받아 겨우 한 명의 개발자를 새로 영입한 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나마 새로 영입한 개발자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덕분에 위자드는 좋은 제품을 낼 수 있었고 회사는 지금까지 건실히 컨슈머 서비스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후 갑작스런 위기는 2010년경 한창 SKT와 KT 등 국내 통신 양사에 스마트폰용 앱을 수백 개씩 만들어 공급할 때 찾아왔다. 당시 스마트폰이 뜨며 통신사는 자체 앱스토어를 키우고 있었는데 우리는 앱 하나당 700만~1000만원가량 받고 매월 수십 개씩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어놓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만 서너 개씩의 앱을 말 그대로 '찍어내고' 있었는데 그 상황에 환멸을 느낀 개발자들이 모두 함께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나와 방향이 달라 갈등을 빚은 전략 담당 팀장이 개발자들을 회유하여 함께 스마트TV용 앱 개발사를 차린 것이었지만 돌아보면 당시 회사 상황도 그다지 개발자들을 세심하게 신경 쓰거나 한 사람 한 사람을 나부터 소중히 챙기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졸지에 개발자 한 명도 없는 개발사 대표가 되고야 말았다. 물론 나와 오랫동안 함께 일한 CTO와 기획 담당 임원이 남아 다시 개발자들을 새로 뽑아 수주한 일감을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회사가 업무의 연속성과 추동력을 잃고 휘청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략 담당 팀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부터 해서 그 모든 이후의 과정들 모두 내 불찰이자 책임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와 돌아보면 직원이든 임원이든 회사의 구성원이 회사를 사랑하고 오래 남게 하는 것은 사장의 가장 큰 책임이자 사장만이 해낼 수 있는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조직원들이 공감할 만한 큰 비전을 심어두고 이를 잊을만하면 상기시켜 우리 배가 어디를 목표로 항해하고 있는 배인지 명확히 제시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임원과 직원들이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그들의 노력이 우리 배의 항해에 얼마나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는지 이해시키는 것, 조직 구성원 각자가 업무적이나 개인적으로 회사나 대표, 각자의 관리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고 원할 때 언제든 조언이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커리어나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 때라도 기꺼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우산 같은 존재라는 따뜻함을 공유하는 것 등이 사장이 조직원들에게 주어야 하는 공통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계에 대해 나는 어려서 잘 몰랐거나 소홀했기 때문에 우발적인 퇴사라는 벌을 많이 받은 것이다. 돌아 보면 그들은 퇴사 결정을 통해 애써 친해진 동료들과 떨어져야 했고 가족들을 불안하게 해야 했고 업무의 연속성이 사라져 개인의 성장에 불이익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사장은 상대적으로 관계의 약자인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먼저 제거해주고 그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리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었어야 옳았을 것이다.
나는 불만이 있는 직원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종종 혐오했다. 그들의 불만이 사소한 것이었거나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을 수 있는데 그저 귀를 닫고 직접 대면하여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왜 우리 회사에 불만을 갖는 건지 미워하기만 했다. 그러니 상대 쪽에서도 해결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사장과 직원 간의 갈등과 퇴사의 이유는 사장이 직원들과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반화하기에 어렵다면 적어도 우리만은 그랬다. 물론 일하다 보면 이따금씩 정말 실력이 떨어져 내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갈등의 경우에는 사장이 크게 보듬지 못하고 직원들과 무의미한 기 싸움을 하는 것이다. 자기 위치를 크게 착각한 채로.
일례로 예전에 나는 종종 다른 직원들을 '선동'하고 '세'를 규합해 회사 정책에 반기를 드는 리더 역할을 하는 '엄석대' 같은 직원들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엄석대'를 내보내고 그 세력을 와해시키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하지만 '엄석대'를 내보내면 결국 그 친구와 친한 많은 직원들이 따라 퇴사를 하곤 했다. 회사는 평화로워졌지만 동시에 무능해졌다. 돌아보면 다 나의 책임이고 나의 어리석음이다. 대체 '엄석대'는 무엇이고 '선동'은 또 무엇이고 '세력'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자기가 뽑고 만든 조직을 단합시키지 못하는 사장의 무능함의 다른 이름일 뿐 그 이상 이하 아무 것도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얘기하는 중이니 우발적으로 나간 사람을 어떻게 대체해 회사를 계속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했어야 할 거 같은데 사장의 역할과 내 과거만 반성하는 글을 늘어 놓았다. 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창업 멤버만큼 적은 보상으로 열심히 일하는 대체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연봉을 두 배 준다 해도 초기 멤버의 대체자는 초기 멤버만큼의 속도를 보여주기는 힘들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리스크 관리 중 퇴사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비법은 첫째도 둘째도 퇴사자를 처음부터 안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한 셋째나 넷째 정도가 이제 모든 노력과 인맥을 동원해 최선의 대체자를 구하고 종종 모임을 다니며 인재를 찾고 있는 것 정도다. 하지만 그 무엇도 사장의 그릇이 커지고 평소에 직원들 개개인의 의견과 고민을 열심히 들으며 지내는 것만큼 좋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방법은 단연코 없다.
▲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사장은 그런 일이 최대한 안 일어나도록 직원 개개인과 공식, 비공식적으로 자주 대화하거나 중간 관리자를 통해 각 팀원들의 현 상황을 잘 파악하며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100% 리스크를 헤지할 방법은 없으므로 회사에는 종종 급작스런 퇴사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우리는 이 같은 부침을 참 많이 겪었다. 우선 창업 이듬해인 2007년 창업 멤버인 핵심 개발자 두 명이 급작스럽게 퇴사해 제품을 만들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 명은 당시 네이버에 인턴을 하러 떠났고 다른 한 명은 학교로 돌아갔다. 나는 디자이너와 둘이 남아 개발자를 수소문해가며 소개 받아 겨우 한 명의 개발자를 새로 영입한 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나마 새로 영입한 개발자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덕분에 위자드는 좋은 제품을 낼 수 있었고 회사는 지금까지 건실히 컨슈머 서비스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후 갑작스런 위기는 2010년경 한창 SKT와 KT 등 국내 통신 양사에 스마트폰용 앱을 수백 개씩 만들어 공급할 때 찾아왔다. 당시 스마트폰이 뜨며 통신사는 자체 앱스토어를 키우고 있었는데 우리는 앱 하나당 700만~1000만원가량 받고 매월 수십 개씩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어놓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만 서너 개씩의 앱을 말 그대로 '찍어내고' 있었는데 그 상황에 환멸을 느낀 개발자들이 모두 함께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나와 방향이 달라 갈등을 빚은 전략 담당 팀장이 개발자들을 회유하여 함께 스마트TV용 앱 개발사를 차린 것이었지만 돌아보면 당시 회사 상황도 그다지 개발자들을 세심하게 신경 쓰거나 한 사람 한 사람을 나부터 소중히 챙기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졸지에 개발자 한 명도 없는 개발사 대표가 되고야 말았다. 물론 나와 오랫동안 함께 일한 CTO와 기획 담당 임원이 남아 다시 개발자들을 새로 뽑아 수주한 일감을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회사가 업무의 연속성과 추동력을 잃고 휘청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략 담당 팀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부터 해서 그 모든 이후의 과정들 모두 내 불찰이자 책임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관계에 대해 나는 어려서 잘 몰랐거나 소홀했기 때문에 우발적인 퇴사라는 벌을 많이 받은 것이다. 돌아 보면 그들은 퇴사 결정을 통해 애써 친해진 동료들과 떨어져야 했고 가족들을 불안하게 해야 했고 업무의 연속성이 사라져 개인의 성장에 불이익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사장은 상대적으로 관계의 약자인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먼저 제거해주고 그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리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었어야 옳았을 것이다.
나는 불만이 있는 직원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종종 혐오했다. 그들의 불만이 사소한 것이었거나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을 수 있는데 그저 귀를 닫고 직접 대면하여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왜 우리 회사에 불만을 갖는 건지 미워하기만 했다. 그러니 상대 쪽에서도 해결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사장과 직원 간의 갈등과 퇴사의 이유는 사장이 직원들과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반화하기에 어렵다면 적어도 우리만은 그랬다. 물론 일하다 보면 이따금씩 정말 실력이 떨어져 내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갈등의 경우에는 사장이 크게 보듬지 못하고 직원들과 무의미한 기 싸움을 하는 것이다. 자기 위치를 크게 착각한 채로.
일례로 예전에 나는 종종 다른 직원들을 '선동'하고 '세'를 규합해 회사 정책에 반기를 드는 리더 역할을 하는 '엄석대' 같은 직원들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엄석대'를 내보내고 그 세력을 와해시키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하지만 '엄석대'를 내보내면 결국 그 친구와 친한 많은 직원들이 따라 퇴사를 하곤 했다. 회사는 평화로워졌지만 동시에 무능해졌다. 돌아보면 다 나의 책임이고 나의 어리석음이다. 대체 '엄석대'는 무엇이고 '선동'은 또 무엇이고 '세력'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자기가 뽑고 만든 조직을 단합시키지 못하는 사장의 무능함의 다른 이름일 뿐 그 이상 이하 아무 것도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얘기하는 중이니 우발적으로 나간 사람을 어떻게 대체해 회사를 계속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했어야 할 거 같은데 사장의 역할과 내 과거만 반성하는 글을 늘어 놓았다. 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창업 멤버만큼 적은 보상으로 열심히 일하는 대체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연봉을 두 배 준다 해도 초기 멤버의 대체자는 초기 멤버만큼의 속도를 보여주기는 힘들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리스크 관리 중 퇴사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비법은 첫째도 둘째도 퇴사자를 처음부터 안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한 셋째나 넷째 정도가 이제 모든 노력과 인맥을 동원해 최선의 대체자를 구하고 종종 모임을 다니며 인재를 찾고 있는 것 정도다. 하지만 그 무엇도 사장의 그릇이 커지고 평소에 직원들 개개인의 의견과 고민을 열심히 들으며 지내는 것만큼 좋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방법은 단연코 없다.
▲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