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의 창업플러스-12] 우리 회사는 위자드웍스라는 이름에 착안해 2007년부터 '호그와트 마법학교'라는 대학생 마케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매년 대학생 30여 명을 선발해 우리 회사 제품의 마케팅 미션을 시키고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프로그램인데, IT 벤처로는 생소한 시도였음에도 매해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들어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아무래도 해리포터를 보고 자란 당시 대학생 세대에게 '마법학교'라는 콘셉트가 신기하게 다가온 모양이다. 대학생 마케터 운영 노하우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지면을 할애해 다루도록 하겠다.

오늘은 그들이 일으킨 사고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2기 마법학교를 운영할 때 학생들에게 팀별로 자유로운 마케팅 활동을 맡겼는데 팀 간 경쟁이 과열돼 한 팀이 파워블로거들에게 우리 제품에 대한 홍보 글을 써주기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블로거는 자기 블로그에 위자드웍스를 대행하는 학생들이 부적절한 요청 메일을 보냈고, 또한 자기들의 부탁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홍보 글을 쓰는 것처럼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까지 공개했다.

　해당 블로그는 하루 1만명 이상 방문하는 큰 블로그였기 때문에 해당 폭로 글은 금세 인기 글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퍼 나르며 단시간에 우리 회사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됐다.

　학생들을 저급한 마케팅 활동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보낸 요청이나 메일 내용까지도 회사에서 하달받은 것으로 여겨 누리꾼들은 우리 회사를 맹비난했다. 우리는 당시 주 1회 학생들이 만들어낸 결과만 평가할 뿐 그들이 어떤 활동을 통해 해당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결과 학생들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굉장히 무례한 행동을 범한 것이었다.

　우리는 즉각 회사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내 명의로 장문의 사과문을 걸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대학생 마케터의 행동이었지만 그 역시 지도와 운영을 잘못한 우리 회사의 잘못이므로 변명의 여지 없이 회사 대표로서 무조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불쾌감을 느낀 해당 블로거를 직접 찾아가 사과할 뜻과 보상이 필요하다면 회사 측에서 즉각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 같은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학생 마케터 프로그램 운영 방식을 즉각 재검토하고 개선을 이루기까지 프로그램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회사로서는 이미 투자된 프로그램이기에 출혈이 적지 않았지만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안 좋아지는 여론에 반전을 주기 위해서는 회사 측에서 1)즉각적이고 2)더 선제적이며 3)기대 이상으로 강력한 사과와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제가 온라인에 올라온 지 서너 시간 만에 즉시 대응했고 결국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해당 블로거가 사과를 받아들이는 글을 추가로 올리면서 화해의 불씨를 마련했다. 우리는 해당 글에 다시 한번 댓글로 사과를 남기고 개인적으로 연락해 오해를 풀었다. 해당 블로거는 오히려 회사 측에서 이렇게까지 해주니 자기도 비난 글을 올린 것이 미안해진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일단락되었고 여론은 급반전해 오히려 지적을 빠르게 받아들여 반성하는 회사로 호평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사례가 훈훈하다고 우리의 대화와 화해 과정을 캡처해 블로그로 퍼나르는 다른 블로거들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PR대행사인 에델만코리아의 이중대 이사는 자기 블로그에 "온라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국내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평하기도 했다.

　우리는 아무래도 온라인 사업을 오래 하다 보니 네티즌이나 이용자들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가장 흔한 사과는 바로 서버 장애인데 당시는 지금처럼 클라우드 환경이 갖추어진 때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년에 한두 번은 꼭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서버 장애가 나 서비스가 잠시 또는 일정 시간 동안 중단되곤 했었다. 그것이 그나마 주말 새벽 시간이면 이용자가 많지 않아 문제를 확인해 얼른 복구하면 피해가 크지 않은데 월요일 출근시간이라든가, 금요일 저녁시간 같이 사용자가 몰릴 때 일어나면 피해는 훨씬 커졌다. 장애가 발생하면 온라인 서비스 기업의 대표는 거의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던 일을 다 제쳐두고 거기에만 촉각이 곤두서기 마련인데 나도 항상 그랬다. 복구될 때까진 밤새 퇴근을 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일은 아예 손에 못 잡을 정도로 계속 관련 사항을 점검했다.

　서버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이용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복구 계획을 밝혔는데 항상 그 정석은 다음과 같다. 이것은 아예 매뉴얼로 만들어서 내가 임원들에게 교육하는 프로세스다. 1)즉각적인 사과(예상치 못한 장애 발생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2) 현재 발생한 문제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전달(현재 어떤 서비스를 운영하는 몇 번 서버에 어떤 이유로 장애가 발생해 서비스가 순단 또는 중단되고 있다) 3) 복구를 위해 필요한 작업 내용(우리가 판단할 때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디스크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 4) 복구까지 예상되는 시간 공유(위 2번의 작업을 마치고 다시 서비스가 뜨는데 필요한 예상 시간의 정확한 공유. 물론 변동될 가능성도 있음을 같이 안내) 5) 재발 방지 약속 및 계획(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가 어떤 노력을 추가로 기울일 것인지 생각해 공유) 6) 이번 장애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보상 제시(연락 주시면 몇 개월 서비스 무료 이용 또는 환불 등 제공하겠다) 7) 재사과(다시금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송구하다) 8) 피해자 메일·전화 대응 및 약속한 보상의 신속한 지급 9) 위 5번에서 약속한 계획의 이행 10) 재발 방지를 위한 직원 교육 등의 10단계가 그 표준 절차다.

　위자드웍스는 서버 장애를 비롯한 모든 대외적 위기상황 발생 시 위 절차대로 즉각 사과하고 대처하도록 지금도 매뉴얼화되어 있다.

　또한 우리 회사나 제품에 관해 좋은 내용이든 안 좋은 내용이든 평가를 해준 글을 발견하면 거의 항상 대표 명의로 직접 댓글을 남기거나 감사 메일을 보냄으로써 우리 회사에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가져준 사용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런 노력은 좋은 평판은 더 좋게, 안 좋은 평판은 조금 낫게 만들 수 있으므로 힘들어도 항상 적극적으로 시도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처음엔 우리 제품을 비난하다가 '그럼 당신이 와서 직접 고쳐 보시오' 해서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된 인연도 있다.

　회사의 평판은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그게 그 회사의 존재의 이유가 된다. 겉모습은 요란하지만 회사 안에 들어가서 보면 실체가 없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밖에서의 평판과 안의 모습이 일치하는 회사, 또는 안의 모습이 밖의 평판보다 더 좋은 회사도 있다. 평판 관리와 위기 관리의 목표는 결코 안에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안과 밖의 모습과 기대를 일치시키는 데 있다.

　우리가 알지만 외부가 모르는 게 있다면 그걸 전달하고 외부가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면 그걸 설명하는 작업이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스타트업과 사회 간의 작은 신뢰가 쌓이게 되고 그 신뢰가 커져가며 회사가 오래 존속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