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의 창업플러스-10] 우리 회사는 2006년 창업 후 현재까지 사업 아이템을 크게 6번 바꿨다. 개인화 포털로 시작해서 위젯 사업, 소셜 게임, 모바일 앱, 클라우드 노트, 그리고 지금의 모바일 키보드 사업에 이르기까지. 제품별로 살펴보면 200개의 모바일 앱과 10가지 게임, 교육용 솔루션부터 '솜펜'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펜 하드웨어까지 종잡아 300가지는 내놓았다.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그중에 성공한 아이템이나 제품은 몇 개 없었다. 그럼에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하나씩 크고 작은 히트를 기록해 회사를 생존시키고 다음 성장으로 이끌고는 했다. 오늘은 우리가 사업 아이템을 바꿔온 과정과 거기서 배운 점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는 네이버, 다음이 똑같은 정보만 천편일률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인들이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볼 수 있게 하는 개인화 포털로 창업했다. 우리는 이 포털을 일반인이 많이 써주길 바랐지만 IT 업계에서만 인기가 있었을 뿐 대중의 인기를 끌기는 어려웠다. 그 포털은 2007년 미국에서 아시아 100대 유망 벤처기업으로 선정되며 한국의 삼성그룹에 의해 채택되었고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서 쓰는 마이싱글이라는 그룹웨어에 탑재되면서 기업용 솔루션으로 바뀌게 된다. 첫 고객이 워낙 좋았던지라 이후 영업이 잘되어 교육부 등 정부에도 납품을 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는 대중용 개인화 포털에서 기업용 개인화 솔루션으로 자연스레 첫 번째 피벗(Pivot·사업 아이템 변경)을 이루게 된 것이다.

　한창 기업용 솔루션을 팔다가 다시금 대중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08년 당시엔 생소하던 위젯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다양한 용어로 불리던 것을 우리 회사 이름을 따라 위젯으로 통칭하고 위젯 책을 쓰고 전국으로 영업 강의를 다녔다. 위젯 콘퍼런스를 열고 위젯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새로 만들어 위젯을 활용한 광고 상품을 개발했다. 이것이 공전의 히트를 해 대한민국 정부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랑 위젯 마케팅을 안 한 대기업이 없었다. 네이버, 다음이랑 계약해 하루 1500만명에게 위젯을 제공하는 1등 위젯 업체가 되었다. 이게 두 번째 피벗이었다.

　그러다 당시 국내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던 싸이월드에서 찾아와 미국의 위젯 회사들이 SNS를 위한 소셜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넘어갔다며 함께 신사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신사업팀을 만들고 싸이월드 앱스토어의 론칭 파트너가 된다. 나중에 이 사업을 루비콘게임즈라는 별도의 소셜게임 개발 자회사로 꾸려 2012년까지 여섯 개의 소셜게임을 만들게 된다. 이건 여담이지만 위자드 내부에서 신사업팀을 하던 당시 우리는 소셜 데이팅 앱을 만들었는데 이후 당시 PM이 이모션으로 옮겨 만든 서비스가 그 유명한 모바일 위치기반 앱인 '1㎞'다. 이것이 우리의 세 번째 피벗이었다.

　아이폰 등장으로 포스트 PC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가 하던 위젯 사업이나 소셜 게임 모두 큰 위협을 받았다. 마침 당시 위젯 사업부에서 SK텔레콤에 피처폰용 모바일 위젯을 공급하고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SK텔레콤에서 T스토어가 처음 나올 때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스마트폰 앱 수급 사업자로 SKT에 100종 가까운 앱을 개발해 제공했고 머지않아 KT 올레마켓과도 계약할 수 있었다. 이어 2012년까지 200종이 넘는 앱을 개발해 국내 통신 양사에 공급했다. 이로써 완전히 모바일에 적응했을 뿐 아니라 국내 모바일 유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콘텐츠 제작사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네 번째 피벗이었다.

굉장히 많은 앱을 만들고 있고 이미 100만 다운로드 이상 한 앱을 7개가량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앱을 만들었는지 잘 몰랐다. 워낙 박리다매로 앱을 만들다 보니 발생한 결과였고 경영진은 고민 끝에 통신사가 돈을 주는 납품형 앱 개발 모델에서 일반 고객이 돈을 내는 대중형 모델로 바꾸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만들게 된 것이 클라우드 노트 앱인 솜노트다. 앱 개발 일감과 통신사가 주는 돈을 마다하고 일 년 이상 손해 보며 2012년 봄에 나온 솜노트는 당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눈에 띄어 카카오톡과 제휴하게 된다. 덕분에 300만 회원을 빠르게 모으게 되고 일본에도 진출해 1등을 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다섯 번째 피벗이었다.

솜노트가 국가대표 모바일 앱으로 뽑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도 전시되고 굉장히 잘되었음에도 유료 결제 회원 비율이 적어 우리는 투자한 비용 대비 수익을 뽑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저가 많아 계속 우리 비용으로 솜노트를 개선해갔고 적자 비율은 커졌다. 우리는 작년 초부터 신사업 아이템을 다시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600만 다운로드를 한 국내 1등 모바일 키보드 앱이 개발이 중단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개발사 대표와 평소 친분이 있었기에 만나 담판을 짓고 우리는 사업 수익을 공유하기로 하고 작년 가을 해당 키보드 앱을 인수하게 된다. 리뉴얼을 거쳐 작년 12월 출시된 '테마키보드'는 지금까지 800만 다운로드를 하며 하루 100만명이 쓰는 한국의 압도적인 1등 키보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테마키보드 덕분에 우리 회사는 2015년 드디어 기업 납품형 비즈니스가 아니라 대중형 서비스로 순수익을 내는 회사가 되었다. 이후 솜노트도 유료화에 성공해 현재는 창업 당시 꿈꾸었던 대로 회사의 모든 매출과 수익이 기업 납품이 아니라 대중 서비스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여섯 번째 피벗이었다.

　여러 번의 피벗을 통해 대내외적인 위기를 겪으며 잘 적응하고 살아남으며 배운 것들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벗 결정은 과단해야 한다. 과감할 뿐 아니라 단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지체하면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사장이 고민을 거듭한 결과 시장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우리 역량으로 그걸 반전시킬 능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벗을 고려해야 한다. 피벗 대상은 △시장 기회가 성장하고 있고 △지금으로선 그 시장이 지속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회사 역량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일 때가 적절한 타깃 지점이 된다. 막상 신사업을 하기로 했으면 어제까지 집중하던 사업이라도 당장 지원을 줄이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과 과정, 사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다음 비전은 어느 시장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가급적 빠르고 전사적인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신속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피벗 결정과 전파, 임직원의 이해를 구하고 조직의 이탈과 와해를 막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신사업팀은 점령군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신사업을 가열차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해도 기존 사업팀이 훨씬 크고 기존 사업이 아직까지 우리 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다. 또한 신사업의 성패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업팀은 회사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띤다. 사장과 모든 임직원의 관심을 한눈에 받게 되고 회사의 자원이 집중적으로 지원된다. 당연히 신사업팀에 속한 사람들은 우쭐해지고 자신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기존 사업팀에 속한 훨씬 많은 사람들은 점차 더 소외되고 자신이 곧 종료될 무의미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신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신사업팀의 업무 효율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신사업팀에 속한 사람들 일부가 기존 사업팀에서 옮겨갔을 경우에는 과거에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이 이제는 운명을 전혀 달리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사내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 있다. 따라서 신사업팀은 메인 사업이 되기 전까지 절대 회사의 점령군처럼 요란하게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되며 그들이 그렇게 되지 않게 사장과 경영진이 응원해주되 오만해지지 않게 컨트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피벗은 기왕이면 과거 사업의 경험과 노하우가 도움이 되는 사업이 좋다. 우리가 위젯의 가능성을 깨달은 것은 개인화 포털을 하면서 위젯을 만들어 보고 통계를 확인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누구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앱 수급 사업자가 된 것도 다년간의 위젯 사업으로 모바일 위젯을 만들며 남들보다 조금 먼저 작은 모바일 화면을 구성하는 고민을 해봤기 때문이다. 기존의 거래처도 다음 사업 때 빨리 매출을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셜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은 나중에 앱을 많이 만들 때 외주를 어디에 주어야 하는지 가장 잘 알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되었다. 솜노트를 통해 최근의 앱 트렌드를 완벽히 이해했기 때문에 이후 테마키보드를 출시 한 달 만에 한국 전체 2위까지 올릴 수 있었다. 피벗을 통해 서로 전혀 다른 사업을 해온 것 같지만 실은 기존 사업의 역량과 노하우를 조금씩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신사업에서 빠르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저 시장이 잘될 것 같아 보인다고 해서 전혀 모르고 전혀 다른 시장으로 피벗을 하려는 경우는 팀도 새로 구성해야 하고 사업에 필요한 역량도 전혀 달라져 회사의 시간 가치를 활용할 수가 없다. 회사에 업력이 있다는 것은 야구 선수에게 구력이 있는 것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는 가치이다. 사업 아이템을 바꾼다고 회사의 업력까지 리셋되지는 않는다. 그런 사업은 피벗 대상으로 그리 유리한 선택이 아니다.

　넷째, 모든 경영적 의사결정은 다 결과론적이다. 피벗을 열심히 해서 살아남은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내가 이렇게 들인 노력과 열정으로 차라리 처음 했던 개인화 포털을 10년 넘게 만들어서 집중했더라면 지금쯤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말이다. 사실 그게 틀릴 수도 있다. 10년을 노력해도 안 되었을 수 있고 그 아이템을 고수했더라면 10년 아니라 1년을 더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내가 여러 번의 피벗 과정에서 결국 새 아이템을 잘못 짚었거나 피벗에 실패해 회사가 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람들은 내가 잦은 피벗을 변덕처럼 일삼다 망했다고 분석할 것이다. 단 하루라도 사장 입장이 되어 본다면 잦은 피벗을 결코 변덕처럼 일삼을 수 없을 거란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사업은 사장에겐 목숨과도 같은 일이고 사장이 피벗의 의사결정을 한다는 건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오래 고민하고 치열하게 자신과 투쟁한 끝에 나온 최선책이라는 것을. 그것은 정답은 아닐지언정 현재 그 회사와 사장의 앎의 크기 안에서 최대한으로 끌어낸 가장 최선의 방향이다. 따라서 그 의사결정은 주주나 직원을 비롯한 어느 누구의 생각과 혹평보다도 그 회사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옳은 의사결정이다. 따라서 사장은 자기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가 정 그러하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물론 의견이야 무조건 청취해야 하지만 직원의 반대, 주주의 반대가 '무서워서' 옳은 길을 가지 못하는 거라면 그것은 사장이 아니다. 책임 방기 그 이하 아무것도 아니다. 믿는 바대로 행동하고 책임져라. 회사를 살리고 성장시킨다면 피벗을 하든 안 하든 또는 여러 번 하든 어느 누구도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사장의 목표는 회사를 살리는 것에 있으며 죽은 회사의 사장은 입이 없고 입이 있을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회사가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했던 과정도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다섯째, 사장 개인의 취향으로 피벗하면 안 된다. 우리 회사가 여러 번 위기를 겪은 데에는 기업 납품으로 매출을 잘 내다가 대중 서비스에 대한 나의 욕심으로 스스로 일감을 끊은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는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내다가 대중 서비스에 대한 사장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그 많던 일감을 끊고 대중 서비스로 피벗해 사라진 회사들이 여럿 있다. 대중 서비스는 항상 을의 설움에 시달리는 기업 납품형 사업주들에게 꿈같은 사업이다. 하지만 의외로 대중 서비스로 매출을 내는 회사의 사장들은 오히려 몇몇 거래처만 관리하면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기업 납품형 사업을 부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로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이다. 사장은 회사의 사업에 자기 개인의 취향을 투영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래야 나부터 더 열정적으로 사업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누구보다 이해하지만 내 취향을 좇기 위해 조직 전체와 직원들, 주주들이 겪어야 하는 고난과 걱정이 너무도 크다. 나를 믿고 우리 조직에 합류하거나 투자해 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게까지 걱정을 끼쳐본 경험이 있는 사장이라면 사장 개인의 취향을 회사에 투영하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깨달은 적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누군가 주위 사장이 을의 설움으로 홧김에 사업을 피벗해 대중 서비스를 한다고 하거나 주변 회사들이 다 피벗해서 왠지 나도 해야 할 거 같아서 피벗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말 들을 사장이면 스스로 회사를 하고 있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이것들이 내가 피벗을 통해 배운 것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가장 중요한 배움들을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 것들이다. 회사마다 피벗을 해야 하는 사정이 다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장이라면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위기를, 걱정을 타개할 전혀 다른 사업 기회가 주위에 혹시 있지 않은지 눈에 불을 켜고 찾다 보면 불현듯 암중모색의 기회가 나에게 다가오곤 하는 것이다.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