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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日 곳곳서 디플레 탈출 신호…'땅값 들썩' 버블 붕괴이후 최고

이승훈 기자

입력 : 
2024-03-27 17:57:55
수정 : 
2024-03-27 20: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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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 33년 만 최대 상승
주택2%·상업지3.1% 올라
구마모토 TSMC 주변 33% '쑥'
전국 상업지역 중 상승률 1위
관광·휴양지 인근도 급등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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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경제가 붕괴한 뒤 내리막길을 걸어오던 일본 땅값이 반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인근 지역과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땅값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함께 일어나는 현상)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일본 국토교통성은 올해 1월 1일 기준 '2024년 공시지가'를 발표했다. 주택지와 상업지를 합한 전체 용지의 전국 평균 땅값은 지난해보다 2.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용도별로는 주택지가 2%, 상업지가 3.1% 상승했다. 또 전국 조사 지점 2만5600곳 가운데 65%인 1만6700곳에서 땅값이 올랐다.

공시지가는 코로나19 기간을 포함해 올해까지 3년 연속 상승했다. 전체 용지의 상승률이 2%를 넘은 것은 거품 경제 시절인 1991년 11.3%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상승세가 두드러진 곳으로는 반도체 공장이 인접한 지역이 꼽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달 반도체 공장을 개소한 규슈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1공장과 가까운 오즈마치 상업지 일부는 33.2%나 뛰었다. 이는 전국 상업지 상승률 가운데 1위다.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공장을 짓고 있는 홋카이도 지토세시의 3개 지점도 상승률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지토세시는 홋카이도 최대 도시인 삿포로에서 열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다. 라피더스 인근 상업지는 19.0% 올랐으며, JR지토세역 인근 주택지는 상승률이 23.4%에 달했다.

유명 관광 지역의 땅값 상승률도 높았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이 2500만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 상업지는 32년 만에 상승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크루즈선 관광을 재개하고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 등으로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후라노시의 휴양지 인근 주택지 상승률은 27.9%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곳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호텔이나 임대형 리조트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서 '올해 세계에서 가볼 만한 52곳'에 꼽힌 모리오카시의 모리오카역 앞 상업지도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신칸센 개통 등 교통 인프라스트럭처가 정비된 지역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수도권과 연결된 호쿠리쿠 신칸센이 지나가는 JR쓰루가역이나 후쿠이역 인근 상업시설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후쿠이현 후쿠이시에서는 주택지 상승률이 3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고, 상업지도 2.1%나 올랐다.

지역별로는 도쿄·오사카·나고야 3대 도시권 전체 용지가 평균 3.5% 상승해 지방권(1.3%)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코로나19가 끝나고 재택근무가 축소되면서 도쿄 23구 상업지는 평균 7% 뛰었다.

도쿄 오피스 시장은 현재 공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모리빌딩이 지난해 10월 문을 연 '도라노몬힐스' 스테이션타워는 100%에 가까울 정도로 임대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아자부다이힐스'도 지난 1월까지 50% 이상의 사무실이 주인을 찾았다. 닛케이는 "최근 구인난이 심각한 가운데 취업준비생은 교통 편리성 등 입지 조건이 좋은 회사를 선호한다"며 "새롭게 지어진 오피스나 지하철역과 연결된 오피스 등에 대한 기업 수요가 뜨겁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도쿄도 주오구 긴자거리에 있는 '야마노악기 긴자본점'이었다. ㎡당 5570만엔(약 4억9500만원)으로 1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땅값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장 큰 부분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따른 금리 인상이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의 낮은 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금리 인상은 이러한 투자 흐름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르(JLL)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부동산 투자액은 전년 대비 4% 증가했지만, 해외 투자는 32.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 차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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