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국제

"빈곤탈출 해법 저축·근면뿐" 밀레이의 포퓰리즘 톱질

문가영 기자

입력 : 
2024-03-17 17:44:21
수정 : 
2024-03-18 18:31:23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개혁 100일
취임후 공무원 수천명 해고
지방정부 보조금 확 줄여
"경제 살리는데 의회 필요없다"
여소야대 불리한 환경에도
체질개선위한 잇단 극약처방
고통 호소하는 국민에게는
"해결책 있다" 확고한 메시지
사진설명
지난 2월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블룸버그
"경제를 살리는 데 국회는 필요 없습니다."

세계적인 포퓰리즘 국가 아르헨티나에 자칭 '시장에 미친 놈'이라는 리더가 경제를 뒤바꾸고 있다.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꼽고, 스스로를 '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시장경제학자다.

18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거침없는 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페론주의'로 대표되는 포퓰리즘 정책과 우파식 경제개혁 사이를 오락가락했던 아르헨티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취임 100일 사이에 그가 쏟아낸 개혁 정책은 '전기톱'이라는 상징처럼 파격의 연속이었다. 취임하자마자 공무원 수천 명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부처를 절반으로 줄였다.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던 물가와 환율체계를 하루아침에 정상화했다. 지방정부에 뿌리던 보조금을 대거 삭감하고 연금을 동결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가 평소 존경한다고 언급한 대처리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 같은 재정긴축 결과에 여러 차례 찬사를 보내면서도 너무 파격적인 긴축 정책이라며 사회 취약층에 대한 배려를 당부할 정도였다. 밀레이 철학은 '경제가 정치 논리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최근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부국이 되는 첫 번째 비결'로 자본주의를 꼽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빈곤에서 마법처럼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본주의와 저축, 근면뿐"이라는 철학을 밝혔다. 그는 또 "정치인이 그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국익을 해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의회가 필요하지만, 올해 위기 국면을 맞은 경제를 전환하는 데는 의회가 필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개혁을 저지하려 들면 '의회 패싱'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실제 밀레이 대통령은 작년 말 대통령 긴급 법령을 발표하며 행정부에 입법권을 부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상원에서 이를 부결시키며 법안 폐기까지 하원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간결하면서도 자극적인 화법으로 기성 정치인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에게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가려운 곳을 긁어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전임 좌파 대통령 이전에 집권했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우파 대통령이 복지 축소 없이 온건한 시장주의 개혁을 펼치다 재정 적자를 줄이지 못하고 결국 개혁에 실패한 점도 밀레이 대통령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손혜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간결하고 확고한 메시지를 지지층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유사한 '메시아적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외환 규제 정상화다. 밀레이 정부는 외환 규제가 풀리면 해외 투자가 이뤄져 경제가 반등하고 2025년에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가 보도했다. 실제로 전임 정부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등록된 업자만 교역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같은 행정 절차도 크게 간소화됐다.

아르헨티나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사업가는 "이제 수입 허가가 하루 이틀 만에 바로 나오게 됐다"며 "무역대금 송금 역시 과거에는 최장 180일까지 하도록 돼 있었던 것이 현재 120일로 줄었다"고 전했다.

근본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외환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여전히 수출에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의 페소화 가치 50% 절하 조치에 따라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교역 환경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문가영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