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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첫발 뗀 대기직접포집 기술 …40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

강인선 기자

입력 : 
2024-03-04 16:37:20
수정 : 
2024-03-04 17: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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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DAC기업 '클라임웍스' 공동창업자
대형 팬으로 공기 빨아들여
이산화탄소 제거하는 기술
빌 게이츠도 직접 투자 나서
美, DAC 기업에 세제 혜택
EU도 탄소 제거 정책 지원
사진설명
클라임웍스가 아이슬란드에 짓고 있는 대기직접포집(DAC) 시설 '매머드'. 클라임웍스
대기 중 탄소 양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인류의 노력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배출한 탄소를 제거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대표적인 방식이 대기직접포집(DAC)이다. DAC는 거대한 팬을 돌려 대기 중 공기를 빨아들인 후 탄소와 결합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해 탄소를 제거한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0.04%)는 매우 희박해 DAC 기술을 대규모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DAC는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스위스 클라임웍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DAC 기업이다. 규모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얀 부르츠바허(오른쪽 사진), 크리스토프 게발트 클라임웍스 공동 최고경영자(왼쪽 사진)는 지난 4일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이 DAC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DAC가 포집해야 할 탄소 양은 수십억 t인데 지난해 7월 기준 전 세계 DAC 처리 용량은 이 수치의 10만분의 1인 0.01Mt(M=100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규모를 늘리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과학적·정책적·환경적 진보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클라임웍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상업용 DAC 시설 '오르카'를 운영하고 있다. 오르카는 연간 최대 40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차량 790대가 연간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클라임웍스가 탄소를 포집한 만큼 '탄소배출상쇄권'이 생성된다. 기업들이 상쇄권을 구매하면 그만큼 탄소를 저감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DAC 기업들은 시설이 완공되기 전에 미래에 생산될 상쇄권을 판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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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임웍스 DAC 시설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발트 CEO는 "현재 아이슬란드에 오르카보다 10배 용량이 큰 '매머드'를 짓고 있다"며 "매머드는 올해 안에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클라임웍스는 미국, 독일 등에서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중동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게발트 CEO는 "DAC 확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과 탄소시장 발전,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 정부는 DAC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직접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 에너지부가 주도하고 있는 35억달러 규모 '지역 DAC 허브' 프로그램과 45Q 세액 공제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45Q 세액 공제란 포집한 탄소 t당 180달러씩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유럽에서도 DAC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지난 1월 이산화탄소 제거 인증을 위한 프레임워크(CDRF)를 세계 최초로 잠정 수립했다. CDRF의 목적은 탄소 제거 활동이 측정·증명가능성 등 기준에 부합하게 이뤄졌는지를 인증하는 데 있다. 인증이 이뤄지면 기업들이 상쇄권을 매수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되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르츠바허 CEO는 한국 정부도 DAC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DAC가 절약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비판도 있다. 탄소 포집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부르츠바허 CEO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DAC 시설은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고, 포집한 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곳에 설치하기 때문에 (조건을 만족한) 클라임웍스 시설은 열과 전기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상쇄권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처리 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은 상쇄권을 얻게 된다. DAC 시설이 건설·작동·해체 전 단계에서 탄소중립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CEO는 DAC 시장 규모가 2050년까지 수조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050년 DAC가 제거할 탄소 양은 연 3~12기가t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때까지 이산화탄소 1t당 제거 비용이 현재 250~1000달러에서 200~300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6000억~3조6000억달러(약 780조~468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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