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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근원물가 상승률 14년만에 최고 … 무색해진 '인플레 정점론'

홍혜진 기자

이희조 기자

입력 : 
2023-02-02 17:37:55
수정 : 
2023-02-02 20: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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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물가동향 발표 … 전기·가스·수도요금 28%급등
공공요금이 끌어올린 연초물가
9개월째 5% 이상 고공행진
교통요금도 줄줄이 인상 예고
석유류 빼도 인플레 압력 여전
정부 3.5%전망 연초부터 삐걱
◆ 공공요금發 인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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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시 한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급격히 오른 전기·가스 요금이 포함된 관리비 고지서가 붙어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공공요금 줄인상 여파로 5.2% 오르며 석 달 만에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박형기 기자>
수출 부진 여파로 실물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국민 생활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물가가 연초 다시 가파르게 올랐다. 경제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을 내놨다. 특히 연초 물가 상승은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발 요인이 강했다는 점에서 서민 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윤석열 정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공공요금 추가 인상을 예고한 데다,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과 주요 먹거리 가격 또한 상승 수순을 밟고 있어 물가 오름세가 점점 가팔라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물가 상승률 3.5%도 빗나갈 가능성이 연초부터 강하게 제기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전월(4.8%)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물가 상승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작년 10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5.0% 상승했는데 이는 2009년 2월(5.2%)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새해 첫 달 물가가 확 오른 데에는 무엇보다 공공요금 인상 영향이 컸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별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4월, 7월, 10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됐다. 이에 따라 1월 전기료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9.5% 올랐다. 전기료 상승폭은 2차 석유파동 여파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1981년 1월(36.6%)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월 전기료 인상폭이 특히 가팔랐다. 정부는 1월 전기료를 kwh당 13.1원 인상했다. 지난 한 해 전기료 인상폭(kwh당 19.3원)의 68%에 달한다. 올해 2분기 이후에는 가스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다. 1월 도시가스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36.2%, 지역 난방비는 34.0% 급등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주택 수도·전기, 연료 상승률이 높은 건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1월 물가에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가스요금도 올해 인상이 예정돼 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소비자가 내다본 주관적 물가 전망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보다 0.1%포인트 오른 3.8%로 나타났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0월 4.3%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3.8%까지 하락했다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에 대한 물가 소비자의 물가 예상치를 말한다.

한은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을 물어본 결과, 공공요금이라고 응답한 소비자 비중이 75.9%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달보다 8.6%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반면 석유류나 농축수산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줄었다.

특히 택시·지하철·버스 요금도 인상 수순을 밟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새해 첫날 서울시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 올랐다. 중형택시 기본요금 인상과 함께 기본거리는 2㎞에서 1.6㎞로 줄어든다.

8년 만에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 인상도 추진된다. 서울시는 4월 지하철과 시내버스 가격 인상을 목표로 다음달 10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300~400원의 인상폭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 지하철 1250원, 시내버스 1200원이다. 300원씩 인상되면 지하철은 1550원, 시내버스는 1500원이 된다. 현금 기준 지하철은 1650원, 시내버스는 1600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올 한 해 물가 상승률이 3.5%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 물가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긴축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첫 달부터 5%를 넘어서면서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불확실성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어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3.5%)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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