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사회

'春鬪 원조' 日선 파업 사라져 … 韓은 80년대식 떼법투쟁 고집

이진한 기자

박제완 기자

박동환 기자

입력 : 
2023-01-03 17:34:28
수정 : 
2023-01-03 19:14:36

글자크기 설정

경쟁력 갉아먹는 노동프레임
◆ G5 경제강국 ◆
사진설명
매년 봄이면 벌어지는 극렬한 노사분규를 가리키는 '춘투(春鬪)'라는 용어의 원조는 일본이다. 1950년대 일본노동조합평의회(총평)가 시작한 산업별 노조의 공동 임금투쟁을 일컫는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노조는 화염병과 죽창 등을 들고 연례행사처럼 투쟁을 벌였다. 1980년대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노조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상인들이 노조와 노동자들에 대한 민사소송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불법행위의 책임을 묻는 민형사 소송에 패한 노조의 재정이 바닥이 나면서 극렬 투쟁도 점차 잦아들게 됐다. 이어 1990년대 들어 거품 경제가 꺼지고 공기업 민영화가 가속화하면서 거대 노조는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가로막는 불법 파업의 중심인 '강성 노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노동운동이 아직 투쟁 중심인 '1987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도 정비를 통해 불법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사분규 건수는 전년보다 10.1% 증가한 131건으로 집계됐다. 근로손실일수는 2021년보다 27.3% 감소한 34만3000일(잠정)로 파악됐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가 직접적 원인이 돼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다. 하루 근로시간(8시간) 이상 조업이 중단된 노사분규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파업기간 중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시간'을 곱한 값을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2012~2021년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8.5일로, 일본(0.2일)의 190배를 넘었다.

사진설명
그러나 이 통계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가 지난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강행한 두 차례의 '집단운송거부'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근로손실일수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인데, 화물연대는 통상의 노동조합과 달리 노동조합법상 설립 신고 및 교섭·노동쟁의 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무허가' 집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파업으로 산업계가 입은 피해 규모로 1차 파업 때 2조원, 2차 파업 때 4조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강성노조의 '불법 파업'이 반복돼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무법지대가 방치돼 왔다. 사업장 점거는 매년 발생하는 불법 파업행위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현대제철 노조는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했고, 작년 2월에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농성했다. 2021년에는 현대제철 협력사 노조가 당진공장을, 2020년에는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 간부들이 광양시청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강성노조 견제를 통해 노동개혁에 성공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은 마거릿 대처 총리가 집권했던 1984년 광산노조의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대처 정부의 확고한 방침에 따라 파업 주동자들은 구속됐고, 노조 기금은 국가에 몰수됐다. 결국 1985년 3월 광산노조가 파업 1년 만에 손을 들었다. 이 기간 중 불법 시위자 1만1291명이 체포됐고 8392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대기업·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양극화된 한국의 노조 지형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집계한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46.3%다.

100~299인 사업장(10.4%)과 30~99인 사업장(1.6%), 30인 미만 사업장(0.2%)에 비해 월등히 높다. 조합원이 300명 이상인 노조 수는 전체 중 12.9%(917개)에 불과하지만 조합원 300명 이상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이 전체에서 88.8%를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조가 노동운동 패권을 장악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오히려 커지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등 사회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로 봤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9.1%, 중소기업 정규직은 58.6%,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5.6%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에는 파견, 용역(청소·경비 등), 일일(건설일용 근로자 등), 단시간, 기간제 근로자 등이 포함되지만 이들은 막상 사각지대에 있다.

거대 노조가 기득권층이 되면서 채용 비리, 취업 사기, 조합비 횡령 등 다양한 형태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측 대응력을 높이도록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파업 중 대체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진한 기자 / 박제완 기자 / 박동환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