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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호봉제 개편·근로 단축 노동개혁 첫 단추 시급"

박동환 기자

입력 : 
2023-01-03 17:34:29
수정 : 
2023-01-03 19: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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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노동정책 '설계자'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대기업노조 유리 연공제 개편
정규·비정규직 임금격차 해소
디지털시대 변화 대응하려면
'노동 시간이 성과' 인식 깨야
◆ G5 경제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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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끝물인 1963~1964년생들이 곧 정년을 맞이하면서 대거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청년 취업뿐 아니라 고령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큰 숙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고령자 노동 문제의 해법이 꼭 정년 연장일 필요는 없다"며 "연차가 높아질수록 기본급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와 근로시간 개편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분석에는 비효율적인 호봉제를 계속 방치하다가는 기업의 고용 부담이 커지고, 결국 노사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다.

호봉제 개편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노동 개혁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의 밑그림을 짠 노동 전문가다. 그는 전문가 협의체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지난달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초안으로 삼아 정부 최종안을 만들고 있다.

권고안의 핵심은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관리해 일정 기간 집중 근로가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데 있다. 특정 주에 52시간을 넘겨도 다른 주에 이보다 적게 근무해 평균을 맞추자는 것이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특히 호봉제 등을 개편해 정부가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 등을 지원하고, 60세 이상의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도 권고했다.

권 교수는 "한국은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퇴직 후 10년 이상 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주된 직장에서 조금 더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더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권 교수는 "연공형 임금 결정 방식은 안정적으로 호봉을 쌓을 수 있는 대기업 노조, 정규직 남성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라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출발점이며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등 획일적으로 규율하고 있어 시장 변화와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노동시간이 곧 성과라는 인식은 디지털·정보기술(IT) 산업 성장이라는 변화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 개혁이 미뤄지면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며 결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에 역량을 통합해야 한다는 호소다.

그는 "저출산·고령화는 한국 경제의 목을 조르는 침묵의 살인자"라며 "점점 더 심해지는 노동시장 양극화 역시 경제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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