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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침체 오면 금은이 최고' 3개월새 20% 수익

원호섭 기자

입력 : 
2023-01-03 17: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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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140억원 뭉칫돈 몰려
중앙은행 매집도 가격 부추겨
새해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금과 은에 주목하고 있다. 2021년 '강달러' 기조로 힘을 받지 못하던 금과 은은 달러 약세화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골드선물(H) 순자산총액은 1958억원으로 한 달 사이 7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KODEX 은선물(45억원), ACE KRX 금현물(24억원), TIGER 금은선물(2억8000만원) 등도 순자산총액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수익률 역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주였던 지난주부터 이달 2일까지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와 KODEX 은선물의 수익률은 각각 4.5%와 3.4%를 기록했고 금 선물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 모두 2.5% 이상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중국과 인버스·레버리지 ETF를 제외하면 모두 수익률 상위 10위권 내에 드는 성적이다. 기간을 확대하면 수익률은 가파르게 높아진다. KODEX 골드선물(H)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0.1%, KODEX 은선물은 26%를 기록했다.

금과 관련된 펀드도 최근 3개월 기준 수익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금 관련 기업,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신한골드증권투자신탁과 KB스타골드, 하이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 등 펀드는 모두 9~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금 펀드 12개의 평균 수익률은 10.4%로 금융 펀드와 원자재 펀드에 이어 국내 테마 펀드 중 수익률 3위에 올랐다. 최근 3개월 설정액도 114억원이나 늘어나면서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추세다.

'최고의 안전자산'이라 불리는 금은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발발 당시 고점을 찍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온스당 금선물 가격은 그해 3월 11일 207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하락해 같은 해 9월 16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원인이었다. 금은 일반적으로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치가 높아지면 금을 구매하는 체감 비용이 확대된다. 따라서 달러화가 강해지면 금값은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화가 약해지면 금값은 올라간다.

9월까지 하락하던 금값은 10월부터 조금씩 꿈틀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60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금선물 가격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현재 1800달러를 회복했다.

이미 기회를 포착한 기관들은 금 매입을 시작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회사 등은 지난해 2~3분기 금 673t을 순매수했다. 이는 1967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2조원어치에 달하는 금 32t을 매입했다.

통상적으로 금 시세와 연동되는 은 가격도 오름세다. 금은 일반적으로 은보다 50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그런데 최근 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과 비교했을 때 70~80배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은 가격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다만 은은 금보다 수요가 많다 보니 경기가 좋아질 때는 구리와 함께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곤 한다. 따라서 경기 둔화 구간에는 구리·은·금 순으로 덜 취약하다. 금은 안전자산이고 구리는 산업 수요가 높아서 실물경기를 대표한다. 은은 귀금속으로 분류되지만 산업 수요도 일부 있어 금과 구리의 중간 정도 성격으로 시장에서 거래된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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