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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 軍, PC 부실 검수…2년간 부정납품 '깜깜'

김정석 기자

입력 : 
2023-01-29 17:20:51
수정 : 
2023-01-29 19: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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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PC 납품비리에 혈세 낭비
운용체제 2개중 하나만 설치
납품사, 1대당 20만원 이익봐
국방부는 정품인증 확인 안해
군인공제회·MS 유착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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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검찰단이 '국방부 PC 납품 비리'를 수사하면서 그동안 부정 납품을 발견하지 못한 국방부 검수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2020년 이후 군이 조달한 컴퓨터가 9만대를 넘는데도 불구하고 부정 납품 사실을 2년 동안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비리가 국방부가 윈도 정품 인증 자료를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조차 제대로 밟지 않아 생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납품 업체에 공급한 컴퓨터의 제품 생산 정보를 요청하면 윈도 프로 구매 여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같이 간단한 절차도 부실하게 처리해 혈세 193억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방부의 컴퓨터 도입 사업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납품받는 컴퓨터에 '윈도 엔터프라이즈 K'와 '윈도 프로'가 모두 탑재되도록 명시하고 있다. 보안이 강한 윈도 엔터프라이즈 K를 사용하기 위해선 마이크로소프트(MS) 정책상 윈도 프로의 라이선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국방부가 두 개의 운영체제(OS) 탑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했다.

한 컴퓨터 제조업계 관계자는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윈도 운영체제 비용을 절감하면 기업에 큰 이익이 된다"며 "엔터프라이즈만 운영체제 라이선스를 수요처에 제출하는 것으로 기술적으로 납품이 가능하니 악용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부실한 검증 시스템 덕분에 업체들이 수월하게 부당 이익을 수취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컴퓨터 납품업체의 부정 납품을 도운 군 내부의 조력자가 존재한다는 의혹도 등장했다. 상대적으로 부정 납품 관리가 미비한 국방부 내 부서를 특정해주는 방식으로 업체를 도왔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검찰단은 조직 내부 상황에 밝은 조력자가 부정 납품을 도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업계 관계자는 "군에서 조력자를 특정하기 위한 자료를 기업에 요구하기도 하는 등의 내용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 내부자가 입찰 참여 기업에 납품 조건을 어겨도 적발되지 않을 컴퓨터 대수와 납품 부서 등을 알려줬다는 의혹"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운영체제 두 개 탑재 조건을 기술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컴퓨터에는 다양한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그런 비리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납품 비리로 윈도 엔터프라이즈 K 등 MS의 소프트웨어 일부를 독점적으로 납품해온 군인공제회와 MS 사이의 유착 의혹도 다시 등장했다. 국방부는 한국MS와 소프트웨어 사용료 지불을 놓고 다투다가 2013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분쟁을 타결했다.

이후 국방부 산하 법인인 군인공제회는 국방부와의 '물품 공급 및 기술 지원 협약'을 바탕으로 독점적으로 MS의 제품인 윈도 엔터프라이즈 K 등을 조달해왔다. 해당 협약이 진행되던 2012년 군인공제회 임직원들이 항공권·특급호텔 숙박비 등 MS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를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착 의혹이 일었다.

당시 협약을 주도한 국방부 국장 역시 퇴역 후 취업한 회사에서 군인공제회의 용역 계약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군인공제회와 MS 간 협약을 도운 데 대한 감사 표시를 사적으로 받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 입찰을 통해 해당 사업을 추진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번 검찰단 조사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제보가 있었고 검찰단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정식 수사 단계까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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