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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월 80만원 버는 취약층, 난방·식비에 66만원

이종혁 기자

류영욱 기자

입력 : 
2023-01-29 17:25:55
수정 : 
2023-01-29 22: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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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계층별 가계수지 분석
필수생계비 비중 82% 달해
고소득층 지출은 24% 불과
전기료·가스요금 급등 이어
교통·수도·종량제봉투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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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상 한파 직격탄을 맞고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한 가운데 부쩍 커진 필수 생계비 부담이 취약계층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경기 둔화와 고용 한파까지 몰아치며 저소득층 위주로 가구 소비가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 가구(5분위)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월평균 가처분소득 24%를 난방비 등 필수생계비에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하위 20% 가구(1분위)는 무려 소득의 82%를 생계비에 썼다. 필수생계비는 가계가 식료품과 비(非) 주류 음료, 주거·수도·광열비(연료비 포함), 교통, 외식 비용으로 쓴 돈이다. 이에 날씨가 추워지며 난방비 부담이 커질수록 취약계층이 받는 경제적인 타격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지출액으로 따졌을 때 소득 1분위 가구는 지난해 1분기 월평균 65만6056원을 필수생계비로 썼다. 소득 1분위 가구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각종 이자 등을 빼고 남은 가처분소득은 80만4024원으로 필수생계비 비중이 81.6%나 된다.

하지만 이 기간 전체 가구의 월평균 필수생계비는 123만2275원으로 전체 평균 가처분소득(366만4386원) 중 33.6%에 불과하다. 소득 상위 20% 가구는 전체 소득에서 생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낮다.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필수생계비는 190만7599원으로 이들 가구 가처분소득(803만9864원)의 23.7%에 그쳤다. 주거·수도·광열비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는 1분위 가구가 9만6617원, 5분위 가구가 16만805원으로 2배 가까이 차이 났다.

동절기에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필수생계비 부담은 평소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저소득층 가구가 주로 취업하는 정부 주도 직접 일자리가 겨울에 제일 적은 데다 농한기 등이 겹쳐 벌이가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1분기에는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필수생계비가 가처분소득 대비 95.6%에 달했다. 취약계층은 생존에 필요한 돈을 빼면 남는 게 없었다는 얘기다. 이 비율은 2019년 2분기(73.7%), 3분기(83.8%), 4분기(83.9)에 70~80% 선을 오르내리다 이듬해 1분기 다시 급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0년과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1분기에는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한파까지 덮치며 취약계층의 필수생계비 고통이 지난해에 비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 1분기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올라 1981년 이후 인상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2분기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유력해졌고 다음달부터는 택시 요금,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종량제 봉투 가격 등 다른 공공요금도 줄인상이 예고됐다.

잇따른 공공요금 상승에 주거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가계 임대료·수도광열비 지출은 146조9764억원에 그쳤지만 이후 고물가와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2021년 163조2623억원으로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17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처분소득에서 필수생계비에 쓰는 돈이 많아지며 저소득층에서 가계 전반으로 소비 위축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용근로자의 명목소득은 0.5% 늘어나는 데 그치며 전체 실질소득은 1년 새 5.0% 줄었다.

이미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위축 등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0.4% 뒷걸음친 상황이다. 가전제품과 의류·신발 등 재화, 숙박음식, 오락문화 등 서비스 부문이 일제히 위축됐다.

일단 정부는 117만6000가구에 대해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종혁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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