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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AI로 전선 확대, EU도 참전 … 美中 반도체 전쟁 '2라운드'

송광섭 기자

신찬옥 기자

입력 : 
2023-10-03 17:36:08
수정 : 
2023-10-03 20: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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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통제' 수위 높이는 美
전쟁 다시 불붙게한 AI반도체
엔비디아 수출 추가타격 예상
美, 中 클라우드 이용도 막을듯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 전략
첨단기술 위주 핀셋규제 강화
對中 수출통제 첫걸음 뗀 EU
"반도체 등 첨단기술 보호할것"
◆ 반도체 전쟁 변곡점 ◆
사진설명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작년 10월 7일 중국에 반도체 칩과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던 미국 정부가 1주년을 맞아 관련 정책을 업데이트한다고 밝혔고, 유럽연합(EU)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차 반도체 전쟁의 핵심에는 최근 전 세계적 관심을 모은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있다.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 반도체 장비와 AI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르면 이달 초 대중국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이미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EU 집행위원회가 반도체, AI, 양자, 바이오 등 4대 첨단 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라고 표현됐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올 상반기 중국과 디커플링을 포기하는 대신 디리스킹을 택하겠다면서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 하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전쟁에서 첨단 기술 쪽으로 점점 담장을 높게 쌓아가면서 기술 규제 조치를 꾸준히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 업데이트 조치가 나올 경우 첨단 기술 위주의 핀셋 강화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벌써 비상이다. 이 회사 전체 매출 중 30% 이상이 중국 시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작년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에 따라 저사양 제품만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중국 수출용 A800은 기존 제품(A100)보다 성능을 일부러 낮춘 것인데, 추가 조치가 나오면 이마저도 수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 핵심 기술 개발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중동 수출도 제한한 바 있다.

또 다른 타깃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다. 미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강력한 컴퓨팅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를 중국 기업들이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수출 통제 조치를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외에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도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EU도 내년 본격 수출 통제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EU 집행위는 연말까지 4대 첨단 기술의 위험성을 평가한 뒤 내년부터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차단할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베라 요우로바 EU 가치·투명성 담당 부집행위원장이 3일 첨단 기술 보호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4대 핵심 기술이란 반도체와 AI, 양자, 바이오산업이다. 소위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국가'에는 첨단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고, EU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제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대외 정책을 펼 때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국가'라는 표현을 써왔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행보는 EU 경제안보 전략의 일부이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과 호주 등 국가들의 비슷한 대책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올해 6월 발표된 EU 경제안보 전략에는 △첨단 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역내 기업의 과도한 제3국 투자 금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제품군에 대한 수출 통제 △역내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나 기업의 제3국 인수 방지 등이 담겼다.

앞서 미국은 자체적인 수출 통제를 발표한 뒤 일본·네덜란드·한국 등이 포함된 반도체 작업반 '팹4(FAB4)'를 운영하는 등 대중 수출을 위한 우방국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소재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에 호응해 국가별로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책을 발표한 상태다. 일본은 지난 7월부터 첨단 반도체 노광·세정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으며, 네덜란드도 이에 앞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놨다.

특히 지난 5월 중국 당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제품이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며 제품 구매를 중지시키면서 미·중 반도체 갈등은 심해졌다. 지난해 말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YMTC를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하자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등 30개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도 시작하는 등 양국 간 반도체를 둘러싼 대립은 지속돼왔다.

한편 다음주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여야 상원의원단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을 추진하는 한편 상하이를 찾아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인과 만나 애로사항도 청취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미국 셧다운 사태로 취소됐다가 다시 추진됐는데, 당초 일정에는 한국과 일본 방문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섭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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