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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크라전 특수'에 몰래 웃는 美방산업체

한재범 기자

입력 : 
2023-01-26 17:25:12
수정 : 
2023-01-26 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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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美 무기수출 49% 급증
우크라, 미국산 전투기도 요구
록히드마틴 "F-16 생산 확대"
'무기수출 2위' 러 제재도 영향
인도네시아 등 남중국해 국가
中 맞서 무기도입 크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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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이 외국에 판매한 무기 금액이 1년 전과 비교해 약 4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유럽 국가들이 국방 강화에 나선 데다 무기 수출대국인 러시아가 수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무기 도입을 늘린 영향도 있다. 앞으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전투기 등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미국 방산업체들의 향후 실적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2022회계연도 무기 이전과 국방 무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년간 외국에 판매된 무기 규모는 2056억달러(약 254조원)로 전 회계연도에 비해 49%가량 커졌다.

외국 정부가 미국 방산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의 일반상업구매(DCS)는 전 회계연도(1034억달러)보다 48.6% 증가한 1537억달러를 기록했다. 또 외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계약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는 519억달러 규모 무기가 판매됐다. 이는 2021회계연도(348억달러)보다 49.1% 늘어난 규모다.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급증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유럽 국가들이 속속 재무장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미국 국방 전문지 디펜스뉴스는 전했다. 미국 국무부 자료를 보면 폴란드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미국에서 M1 에이브럼스 전차 250대를 60억달러에 사들였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결속하고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35 항공기와 관련 장비 등을 84억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 접경지대에 위치한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역시 지난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지대공 미사일 구매에 관한 다수 계약을 체결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인도네시아와 대만 등도 주요 고객이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F-15ID 항공기와 관련 장비 30여 대를 139억달러 상당에 구매했는데, 이는 작년 미국이 체결한 수출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세계 2위 무기 수출국 러시아가 강력한 제재를 받는 것도 미국 업체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 디펜스뉴스는 "각국이 러시아 장비에서 손을 떼면서 미국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싶은 기회를 잡았다"고 제시카 루이스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의 미발표 연설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추가로 성사되면 해당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 방산업체들은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이기도 한 록히드마틴 주가는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치인 496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441달러 선으로 하락했지만 다시 반등해 이날 기준 454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미사일과 전자전 장비 업체인 레이시언테크놀로지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최근 극적으로 성사된 미국·독일의 탱크 지원에 이어 전투기 지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동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공급도 가능해져야 한다"며 "항공기 지원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록히드마틴은 향후 있을 F-16 수요 증대에 대비해 이미 생산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랭크 세인트 존 록히드마틴 최고운영책임자(COO)도 FT에 "미국산 전투기인 F-16를 제3국에 팔고, 해당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재판매하는 방안이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F-16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F-16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은 향후 미국의 무기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임스 허시 국방기술보안청장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릴수록 부족한 재고를 채우려고 할 것"이라며 "향후 3년간 미국 무기 수출은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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