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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실내서 마스크 벗는데 … 은행영업 정상화 난항

임영신 기자

서정원 기자

입력 : 
2023-01-24 17:13:30
수정 : 
2023-01-24 1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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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영업시간 단축 고집
"30분 늦게 개점" 버티기
'주 4.5일제'까지 연계 요구
억대 연봉 은행원 비판 여론
사측, 합의없이 정상화추진
25일 노사 막판 협의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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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부터 코로나19 마지막 방역수칙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사라지며 일상 회복에 성큼 다가섰지만 은행권에선 노조 반대로 영업시간 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 노사 간 영업시간 복원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은행권은 노조와 합의 없이 영업시간을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측 대표 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융 사측)가 지난 18일 영업시간 정상화를 주제로 노사 대표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은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에게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예상되는 만큼 더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양측은 25일 영업시간 정상화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한다.

금융 노사는 지난해 10월 은행 영업시간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달 12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 차이가 뚜렷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측은 은행 영업시간이 줄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 영업시간을 즉각 정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다양화'를 통해 고객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금융노조는 은행 폐점 시간을 오후 4시로 되돌려도 개점 시간은 기존보다 30분 늦춘 오전 9시 30분을 유지하고, 반나절 더 쉬는 '주 4.5일제 도입'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은행 영업시간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계기로 2021년 7월부터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줄었다. 이후 1년반 넘게 코로나19 사태 이전(오전 9시~오후 4시)보다 30분 늦게 개점하고, 30분 일찍 폐점하고 있다. 대부분 편의시설은 작년 4월에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기존 영업시간으로 돌아왔지만, 은행들은 해가 바뀌어도 단축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5대 은행 가운데 영업시간을 정상화한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금융 사측의 계획대로 은행 영업시간이 다시 늘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노조는 지난 20일 "(사측이) '무조건적 과거 회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영업시간 정상화에 난색을 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노조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사 협의 날짜를 기존 27일에서 25일로 앞당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측은 최근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 영업시간을 복구하는 데 노사 합의가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해석을 얻었다. 하지만 노조는 '노사 합의'가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어 노조 반발 가능성이 변수다.

은행 단축 영업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직장인이 은행에서 상담을 받으려면 연차를 내야 한다" "1시간 이상 대기가 기본이어서 대학생도 강의에 못 들어갈 만큼 은행 영업시간이 짧다" "은행만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영업시간 복구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큰 만큼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영업시간 복구 논의 과정에서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9월 시중은행 직원들이 평균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데도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강행했다. 지난해 박홍배 위원장은 주 4.5일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연임에 성공했다.

[임영신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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