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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확률 뚫고 주가 10배 상승 … 고진감래株 찾아라

문일호 기자

입력 : 
2023-01-22 16: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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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 욥기의 유명한 구절이다. 욥기는 전형적인 고난 극복과 인생 역전 스토리다. 사탄이 욥의 재산과 건강까지 모두 빼앗아갔지만 그는 '꺾이지 않은 마음'으로 전진한다.

결국 모든 재앙을 버텨낸 욥은 이전보다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한다. 당시 재산은 양, 낙타, 소의 마릿수로 계산되는데 그의 자산이 최대 10배까지 뛴 것이다.

국내에서도 주가가 10배 오른 '텐배거(ten bagger)' 주식들은 이런 욥기의 '천로역정'(고난 극복으로 천국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2012년 이후 2022년까지 주가가 1000% 넘게 오른 주식은 10년 전에 망하기 일보 직전이거나 적자로 신음하던 종목들이었다. 이 같은 과거의 텐배거 종목 특징을 현시점에 대입해 10년 후 대박을 칠 종목을 선점하는 것이 주가 조정기 재테크족의 덕목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10년간 빅데이터를 이용해 2022년 기준 실적 추정치가 있는 종목 280곳을 분석했다. 실적 추정치가 있는 곳은 증권사가 주목하는 곳으로, 시장에서 이름난 종목 중에서도 텐배거가 나온다는 것이다. 280곳 중 2012년 말 대비 2022년 말 주가수익률이 1000%가 넘는 곳은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피엔티, JYP엔터 등 4곳뿐이었다. 텐배거 종목을 고를 확률은 1.4%인 셈이다.

업종별로 보면 3곳이 전기차 관련주다. 이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바람에 따른 '머니무브' 덕분이다.

ESG는 1972년 로마클럽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돈의 흐름을 바꾼 계기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서신이었다. '앞으로 기업에 투자할 때 ESG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편지 속 한 문장이 전기차 시장에 불을 붙였다. 지금이야 2차전지 소재주로 핫한 엘앤에프는 욥기 구절처럼 그 시작은 미약했다. 이 회사는 2차전지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생산한다. 엘앤에프는 'ESG 투자 붐→전기·자율주행차 급성장→테슬라 공급사로 엘앤에프 낙점→실적과 주가 동반 급등' 코스를 밟는다.

자산운용사들의 돈과 정부의 보조금이 전기차로 몰리면서 테슬라와 엘앤에프가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85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2020년 2조5000억원, 2021년 8조1000억원의 이익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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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역시 2019년 77억원 적자에서 2020년 고작 15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주가가 이때부터 폭등했다. 작년 예상 영업이익은 3163억원에 달한다.

2019년 말 수정주가(액면분할 반영 주가) 기준 30달러 수준이었던 테슬라 주가는 2021년 말에 300달러를 뛰어넘으며 텐배거 자리에 오른다.

2019년 말 2만원이었던 엘앤에프 주가 역시 2021년 말에 20만원을 뚫었다.

테슬라나 엘앤에프와 같은 텐배거를 10년 전에 알아봤더라도 8년은 인내해야 주가 상승 열매를 딸 수 있었던 것이다. 막상 텐배거가 난 이후로는 투자 리스크가 높다. 물가 상승으로 차값이 비싼 전기차가 덜 팔리면서 엘앤에프 주가는 최고점 대비 1월 12일 현재 31% 하락한 상태다.

코스닥 상장사 피엔티 역시 2차전지 소재주다. 음극, 양극 분리막과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을 주로하며 테슬라 등 전기차 판매 증가의 수혜를 받았다. 2015년 2억원의 적자에서 2016년 흑자전환 이후 2020년부터 실적 대박과 주가 상승 코스를 따랐다.

10년 주가수익률이 1251%에 달하지만 그 상승분 대부분은 2020년 이후 시기에 집중돼 있다.

이들에 비하면 포스코케미칼은 실적이 꾸준했다. 10년간 단 한 번도 적자의 수렁에 빠지지 않았다. 2012년 대비 2022년 영업이익은 2.6배 증가했다.

이 회사 역시 엘앤에프처럼 2차전지 소재 기업이며 작년 광양에 세계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2012년 이후 10년 주가수익률은 1346%다.

박진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이끄는 JYP엔터도 오랜 기간 적자로 고전했다.

2000년대까지 SK텔레콤, 다음(카카오) 등 기존 콘텐츠 업계 '거인'들과 협업하며 이들의 도움으로 손쉽게 성장하고자 했다. 그러나 업계 거인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야심 차게 도전한 미국 진출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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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JYP엔터로 사명을 바꾸고 강점인 국내 사업 '걸그룹' 키우기에 집중했다. 합병 작업 와중에 인건비 등 비용이 크게 들었고, 이는 2012년과 201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4년부터 흑자(83억원)로 돌아선다.

2015년 데뷔한 걸그룹 '트와이스'는 그야말로 히트 상품이었다. 일본을 시작으로 기어코 미국 공연까지 성공리에 마치며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트와이스 데뷔 전 8%였던 영업이익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2년 예상 이익률 기준 30%까지 수직상승한다.

10년 전 적자에 신음했던 JYP엔터는 이제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외국인 지분율도 34.7%에 달한다.

이제 10년 후(2033년) 텐배거 후보군을 골라보자.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실적에 대한 증권사 예상치가 있는 곳은 285곳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유망하지 않은 종목들에 대한 분석 인력(애널리스트)을 대거 줄였다. 추정치가 있는 곳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장사다.

이 중 작년 적자 혹은 흑자 폭이 -100억~100억원 안에 들어오면서 작년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상장사는 6곳으로 추려졌다.

10년 전 텐배거 3종목(포스코케미칼 제외) 모두 당시 첫해는 이익 기준 중소형주였기 때문이다.

코스닥 게임사 데브시스터즈는 작년 49억원의 적자에서 올해 586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이 상장사는 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데 이런 게임 지식재산권(IP)과 플랫폼 다양화로 실적이 급반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게임은 '데드사이드클럽'인데, 이용자 간 대결이 가능한 슈팅 생존 게임이다. 최근 '15세 등급'을 받아 본격적인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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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악화로 실적 침체를 겪고 있는 가구업계 1위 한샘도 텐배거를 노린다. 작년 2조원이 넘는 매출에도 25억원의 낮은 이익이 예상되는 한샘은 올해 영업이익이 425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물가 상승으로 일반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한샘 가구로 바꾸려는 수요가 급감했다.

작년 3분기 기준 한샘 매출 중 개인 소비자(홈리모델링과 홈퍼니싱) 비중이 63%에 달하다 보니 부동산 침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최근 한샘은 호텔가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사업구조를 바꿔 실적 안정성을 높이려 한다. 2019년 호텔신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서울·제주에 호텔을 운영하는 '글래드'와도 손을 잡았다.

토비스 역시 코스닥 중소형 상장사다. 2020년과 202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후 2022년 95억원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는 산업용 모니터와 디스플레이 부품(모듈)을 만든다.

토비스의 산업용 모니터가 주로 카지노 슬롯머신 제조회사에 납품되고 있어 '리오프닝'이나 '카지노' 관련주로 분류되곤 한다. 디스플레이 모듈 고객사로는 LG전자 등 LG 계열사와 일본 소니 등을 잡고 있어 경기가 회복돼 전자기기 수요가 늘면 곧바로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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