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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월부터 100억달러 무역적자 '가시밭길'

성승훈 기자

입력 : 
2023-01-22 16: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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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일 對中수출 24% 줄고 반도체마저 34% 꺾여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늘어 … 11개월연속 무역적자
새해 초에도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4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든데다 무역적자는 100억달러(약 12조3500억원)를 넘어선 것이다. 무역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 수출액은 336억2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수치다. 수입은 438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 늘어났다. 무역수지는 102억6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4개월 연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8월 이후로는 처음이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업일수는 16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 더 많았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34.1% 감소하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11월(-28.6%), 12월(-27.8%)보다 수출액 감소 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가전제품(-47.5%), 컴퓨터 주변기기(-44.9%), 철강제품(-11.2%), 정밀기기(-9.9%) 수출액도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승용차(45.7%), 무선통신기기(19.7%), 석유제품(18.8%)은 지난해보다 수출액이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대중(對中)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24.4% 감소하면서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대만(-27.5%)과 베트남(-13.3%) 수출도 다소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18.1%)과 유럽연합(16.7%), 일본(3.3%)을 향한 수출은 증가했다.

수입은 3대 에너지원(원유·가스·석탄)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원유 수입액은 53억8300만달러로 11.3% 증가했다. 45억8100만달러 치를 수입한 가스도 14.1% 늘어났다. 석탄 수입액은 17억5400만달러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나 늘어난 수치다. 아울러 석유제품(12.2%)과 기계류(11.9%) 수입이 늘었다. 국가별로는 호주(23.3%), 유럽연합(14.3%), 미국(10.1%), 중국(9.7%) 수입은 늘어났지만 일본(-7.3%)과 대만(-3.3%) 수입액은 줄어들었다.

무역수지는 102억6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으로 최대 적자였던 작년 8월(94억3500만달러)을 웃돌았다.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로는 처음으로 11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무역적자인 475억달러의 22%에 해당하는 적자를 1월 1일~20일에 기록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경기둔화를 우려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경기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처음 언급하고,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가 올해 1월부터는 '우려 확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기재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서도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4.5%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수출 부진 배경으로는 반도체를 꼽았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수출이 4.4% 늘어났지만 올해에는 오히려 4.1%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경상수지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220억달러 흑자였으나 올해에는 210억달러로 흑자 규모가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 성장률도 지난 6월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은 1.6%를 제시했다. 정부가 한국은행(1.7%),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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