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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노총 배후에 北 있었나 … 국정원 "핵심간부, 北연계 증거"

김성훈 기자

최승균 기자

진창일 기자

송은범 기자

입력 : 
2023-01-18 17:37:43
수정 : 
2023-01-18 19: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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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동시다발 압수수색
◆ 거세지는 노동계 하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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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제주 봉개동 제주평화쉼터에 주차된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안당국이 북한과 연계했다는 의혹이 있는 주요 민주노총 관련자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범진보단체들의 반정부 투쟁과 시위 등의 배경에 북한이 있고 여기에 민주노총이 연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18일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가며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 A씨가 북한과 연계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수년에 걸친 내사 과정에서 이번 압수수색 대상인 A씨를 비롯해 관계자 4명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북측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점 등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민주노총이 '중앙통일선봉대' 등을 운영하며 통일 문제와 남북 교류 등에 적극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북측과 문제 소지가 될 만한 접촉이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공안당국은 향후 수사를 통해 A씨가 접촉을 주도하고 그 결과를 정치 쟁점화하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안당국은 A씨가 앞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경남 창원과 진주, 제주 등과 비슷하게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비밀단체를 만들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이날 오전 제주시 봉개동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도 압수수색했다. 2016년 건립된 세월호 제주기억관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전체 건물 3개동 가운데 두 곳이 장기 투쟁 중인 해고자와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족,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숙소인 평화쉼터로 활용되고 있는데, 운영 주체 중 민주노총 관계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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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는 북한 간첩단 수사와 관련해 기아 광주공장 노조 간부를 역임한 민주노총 조합원 B씨 자택에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B씨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 임원급 직책을 맡았었다. 경남 창원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북측 지령을 받아 2016년 '자주통일 민중전위'라는 반정부단체를 결성해 활동해온 혐의로 부부 활동가가 수사를 받고 있다. 같은 달 제주에서는 진보당 제주도당 전 위원장 C씨와 진보정당 간부 D씨, 농민단체 간부 E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있었다. 공안당국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각급 단위가 펼쳐온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반대 등 반정부적 주장이 북한 측 대남 공작라인과 '공조'한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민주노총은 물론 반정부 성향 단체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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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지난달 1일 "아직도 활개를 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국가보안법, 이제는 관에 넣어 땅속에 묻자"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노동 현장에서 자주, 민주, 통일, 노동해방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기도 했다"면서 "국가보안법은 노동운동 탄압의 주요 도구가 됐고 노동자들의 진보적 사상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개최한 '8·15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미연합 군사연습 중단' '사드·전략무기 도입 반대'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당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과 싸워야 한다. 우리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끝내자"는 발언 등을 했다.

국정원과 경찰의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진보단체들이 극렬하게 반발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최근 진보연합 등 진보성향 단체들이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 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해 11월 진보진영 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안기관의 심각한 위법 행위와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은 심리상담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창원/최승균 / 광주/진창일 / 제주/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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