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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큰손들, 상반기 투자 1순위는 장기채권"

차창희 기자

입력 : 
2023-01-02 17:29:25
수정 : 
2023-01-02 18: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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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을 사들이기 위한 대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1세대 고액 자산가 프라이빗뱅커(PB)이자 삼성증권에서 300조원가량의 고액 자산가, 개인, 기관투자자 등 투자자의 자산 관리를 총괄하는 박경희 삼성증권 부사장(채널영업부문장·사진)은 "큰손과 똑똑한 개미의 장기채 매수 대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엔 고강도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채권수익률(금리)이 급격히 뛰면서 이자 수익을 쏠쏠히 얻을 수 있는 단기채 인기가 많았다. 반면 올해엔 만기까지 기간이 길어 가격이 많이 떨어진 장기채를 선점해 미래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고금리 환경을 기반으로 한 채권 자산군이 올해 상반기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주식의 경우 저점을 확인한 후 하반기에 우량 가치주를 매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2일 박 부사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지금은 여유 자금을 장기로 묻어두고 싶은 발 빠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장기채를 담으려는 모습이 포착된다"며 "우량한 채권이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 상당히 매력적인 구간으로 미래 채권 매매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이 장기채를 주목하는 이유는 고금리 이자와 매매차익 두 가지를 동시에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 중 마무리돼 금리 상단이 확인된다면 향후 채권 가격 상승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 수익은 이자 수익과 매매차익으로 나뉜다. 장기채는 만기까지 기간이 길다 보니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이다. 최근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올해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해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면 그만큼 큰 매매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2년간 유예된 점도 채권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금투세 도입 시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 뻔했지만 당분간은 비과세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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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과거 유동성 장세 때의 수익률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건 맞는다"며 "확실한 건 현재는 '고금리'를 초점으로 관련 상품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금리 인상 종료 시점, 경기 침체의 절정 등을 확인한 후 채권을 매수하려는 대기 수요가 현장에선 엄청나다고 한다. 박 부사장은 20년 만에 찾아온 고금리 환경이 향후 몇 십 년 동안의 투자 행보를 결정지을 변곡점이라고 봤다.

그는 주식과 관련해선 'BTS(Buy the Sinking Spell·일시적 하락에 매수)' 전략을 강조했다. 유동성 장세 때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기술·성장주보다 낙폭이 과대한 우량 가치주를 저가에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경기 침체 이슈,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 기업가치가 적절한지 시장의 눈높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적이 굳건한 우량 가치주라면 주가는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성과가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은 어려운 시기엔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얻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어떤 섹터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지, 어떤 산업이 좋은지 등은 전문 분석가들의 조언이 필요하다"며 "무분별하게 모든 종목이 다 같이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 자산 관리에 있어서 고객과 함께 성장하려는 파트너를 모색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6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박 부사장은 입사 첫해 최고등급인 '마스터 PB'로 선정됐다. 고액 자산가를 위한 특화 세미나, 상품으로 시장의 인정을 받아 부장 3년 차에 상무로 발탁됐다. 2018년부터 SNI본부를 이끌며 고액 자산가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고 2020년엔 1000억원 이상 자산가를 위한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도 선보였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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