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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룰라 "저소득층에 지원금"…집권3기 첫날부터 포퓰리즘 행보

최현재 기자

입력 : 
2023-01-02 17:35:02
수정 : 
2023-01-02 18: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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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임기 시작
"불평등 심한 곳선 모두 불행"
공공지출에 재정 쏟아붓기로
유류세 인하도 60일간 연장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 우려
전임 보우소나루 추진했던
공기업 민영화 등 뒤집기
사진설명
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앞서 진행된 카퍼레이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부부가 롤스로이스 오픈카를 타고 제라우두 아우키민 부통령 부부(왼쪽부터)와 함께 군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남미의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77)이 1일(현지시간) 대통령에 공식 취임해 집권 3기의 시작을 알렸다. 룰라 대통령은 높은 실업률과 빈곤율로 양극화된 브라질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지출 확대'를 공언했다. 당장 룰라 정부는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인 '보우사 파밀리아'를 부활시키는 한편 유류세 인하 조치도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라질리아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희망과 재건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똘똘 뭉친 브라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제 발전, 빈곤 퇴치, 민주주의 수호, 사회 불평등 해소를 약속했다. 특히 불평등과 관련해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정육점에서 남은 뼈를 얻으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는 동시에 수입차와 전세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도 있다"며 "이렇게 불평등이 심한 곳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가 브라질 경제와 복지를 망쳐놓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인수 내각에서 받은 진단은 끔찍했다"며 "그들은 건강, 교육, 문화, 과학을 위한 자원을 비워놓았으며 산림 보호와 사회 원조를 위한 자원도 남겨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 최저임금 인상 억제, 감세 대상 확대 등 보우소나루 정부의 정책 기조를 뒤집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룰라 정부는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법 개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 구매력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건 상태다.

룰라 정부가 브라질 경제 발전과 불평등 해소의 해법으로 공공지출을 내걸면서 브라질의 재정건전성과 장기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브라질 의회는 2023~2024년 정부 예산 지출 상한선을 280억달러(약 35조원)가량 늘리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룰라 대통령 측이 저소득층 생계 지원 프로그램 보우사 파밀리아 도입에 필요하다며 정부지출 제한선을 상향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정부지출이 확대될 경우 성장보다 부채비율·물가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77%로 10년 전보다 20%포인트가량 높아진 상태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금리(13.75%)로 부채 상환엔 더 큰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브라질 정보기술(IT) 업체인 스테파니니그룹의 마르쿠 스테파니니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부채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한 손으로는 돈을 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돈을 빼앗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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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우려에도 룰라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공공지출에 재정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룰라 대통령은 저소득층에 월 600헤알(약 14만4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보우사 파밀리아를 부활시켰다. 아울러 전임 정부가 지난해까지 유지하기로 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도 60일간 연장하기로 했다. CNN은 "유류세 인하 조치는 연방정부의 세입원을 빼앗아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킨 조치"라고 전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전임 정부의 아마존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아마존 삼림 벌채 없이도 농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광업을 향한 생태적인 전환으로 탄소 배출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새 정부 조각에서 '아마존 수비수'로 불리는 환경운동가인 마리나 시우바를 환경부 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한편 룰라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날 취임식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브라질리아 곳곳에서는 수천 명의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대부분 비폭력 시위로 진행됐으나 이들 가운데 소수는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행동을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의 분열을 치유해야 하는 큰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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