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임기 시작
"불평등 심한 곳선 모두 불행"
공공지출에 재정 쏟아붓기로
유류세 인하도 60일간 연장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 우려
전임 보우소나루 추진했던
공기업 민영화 등 뒤집기
"불평등 심한 곳선 모두 불행"
공공지출에 재정 쏟아붓기로
유류세 인하도 60일간 연장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 우려
전임 보우소나루 추진했던
공기업 민영화 등 뒤집기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라질리아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희망과 재건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똘똘 뭉친 브라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제 발전, 빈곤 퇴치, 민주주의 수호, 사회 불평등 해소를 약속했다. 특히 불평등과 관련해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정육점에서 남은 뼈를 얻으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는 동시에 수입차와 전세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도 있다"며 "이렇게 불평등이 심한 곳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가 브라질 경제와 복지를 망쳐놓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인수 내각에서 받은 진단은 끔찍했다"며 "그들은 건강, 교육, 문화, 과학을 위한 자원을 비워놓았으며 산림 보호와 사회 원조를 위한 자원도 남겨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 최저임금 인상 억제, 감세 대상 확대 등 보우소나루 정부의 정책 기조를 뒤집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룰라 정부는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법 개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 구매력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건 상태다.
룰라 정부가 브라질 경제 발전과 불평등 해소의 해법으로 공공지출을 내걸면서 브라질의 재정건전성과 장기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브라질 의회는 2023~2024년 정부 예산 지출 상한선을 280억달러(약 35조원)가량 늘리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룰라 대통령 측이 저소득층 생계 지원 프로그램 보우사 파밀리아 도입에 필요하다며 정부지출 제한선을 상향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정부지출이 확대될 경우 성장보다 부채비율·물가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77%로 10년 전보다 20%포인트가량 높아진 상태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금리(13.75%)로 부채 상환엔 더 큰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브라질 정보기술(IT) 업체인 스테파니니그룹의 마르쿠 스테파니니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부채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한 손으로는 돈을 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돈을 빼앗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전임 정부의 아마존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아마존 삼림 벌채 없이도 농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광업을 향한 생태적인 전환으로 탄소 배출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새 정부 조각에서 '아마존 수비수'로 불리는 환경운동가인 마리나 시우바를 환경부 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한편 룰라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날 취임식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브라질리아 곳곳에서는 수천 명의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대부분 비폭력 시위로 진행됐으나 이들 가운데 소수는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행동을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의 분열을 치유해야 하는 큰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