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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노인 급증에…나랏돈 풀어도 성장효과 급감

류영욱 기자

양세호 기자

입력 : 
2023-01-02 17: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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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령화 쇼크' 보고서
노인비중 1%P 늘어날 때마다
정부 재정지출 효과 5.9% 뚝
고령층일수록 소비 줄이며
내수시장 성장에 기여 못해
사진설명
2년 뒤인 2025년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령인구가 1%포인트 늘수록 정부 재정지출의 효과는 6% 가까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돈 풀기'는 고용 증대와 소비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데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곳간을 털어 재정지출에 나서더라도 성장의 선순환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2일 이재호 한국은행 거시재정팀 과장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국내 재정지출의 경제 성장 효과와 고령화 정도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고령인구가 1%포인트 늘어나면 재정 정책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하는 효과가 5.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지출 1단위당 GDP는 0.78 늘지만, 고령층 비중이 1%포인트 커지면 효과가 0.047 줄어든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한국 사회에서 재정지출은 복지비용 등 이전지출로 많이 옮겨가며 성장 기여 효과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투자와 같은 생산지출을 하더라도 고령층이 늘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노동 공급 감소 △고용의 질 악화 △소비성향 둔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줄어 노동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6%로 30~64세(76%), 20대(62%)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8년 이후 감소세를 보여 2030년엔 10년 전보다 약 450만명 줄어든 3381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층 일자리가 단순 반복 작업 위주로 채워진 것도 문제다. 단순 일자리는 자본이 투자되는 것에 비례해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다. 정부 정책상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노동 수요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는 뜻이다. 고령층 일자리 중 서비스·판매직 등 단순 일자리는 51.5%에 달하며, 관리직·전문직 등은 25.2%에 불과한 상태다.

나이가 들수록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소득 중 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소비성향은 통상 25세 이하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후 줄어들고 65세 이후에는 다시 늘어나는 'U자'형을 그린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늘면서 은퇴 후 노후 대비를 위해 고령층의 소비가 줄고 있다. 2010년대 후반 기준 국내 연령별 소비성향을 파악한 결과 40대에서 60% 수준이었던 소비성향은 50대 이상에서 55% 전후로 급감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에는 암울한 결과다. 한국의 고령인구는 지난해 901만8000명으로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 중 비율은 2018년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 기준을 넘어서 지난해엔 17.5%로 집계됐다. 이후 2025년엔 21%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5년엔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지출 효과는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2025년에는 지난해보다 재정정책 효과가 20.65% 감소하고, 7년 뒤인 2030년엔 감소폭이 50.74%로 늘어난다. 2035년엔 이 수치가 79.06%까지 뛴다. 단순 계산으론 2030년에는 지난해 재정지출의 2배를 써야만 비슷한 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는 생산성 증대, 경기 상황, 가계부채 수준과 같은 여타 요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고려 요소가 있다"면서도 "고령화 영향은 기존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심각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 교수는 "스웨덴이 과도한 복지로 금융위기를 겪은 뒤 국가채무비율을 안정화시킨 것처럼 한국도 재정준칙과 같은 지출 권한 통제를 통한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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