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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 옛말"… 90조원 투자 붐에 미 車산업 화려한 부활

권한울 기자

이유섭 기자

입력 : 
2023-01-02 17:48:56
수정 : 
2023-01-02 19: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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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인플레 감축법 힘입어 '차 왕국' 본격 재건
막대한 보조금 뿌리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덕에
배터리·차업체 美에 속속 집결
20년전보다 투자 22배 폭증
북동부 공업지역 다시 활기
조지아 등 남부까지 공장 확산
◆ 다시 뛰는 美제조업 ◆
사진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을 통해 미국 제조업 살리기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2 북미 오토쇼'에 참석해 제조업의 부활을 선언하고 있다. 【블룸버그연합뉴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최근 2년 새 무려 700억달러(약 89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수십 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산업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지난해부터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 자동차 공장이 몰려 있던 북부 지역은 몰락과 함께 '러스트벨트(Rust belt)'로 불렸으나 이제 완연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자동차 왕국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자국 유력 매체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자동차연구센터(CAR) 집계 결과 지난해 1~11월 발표된 미국 내 자동차 산업 신규 공장 투자 예정 금액이 330억달러(약 43조원)에 달했다. 2021년 366억달러(약 47조원)에 이어 2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긴 것이다. 2000년부터 최근 20여 년간 투자액이 3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1년이 처음이다. 연간 수치로는 2017년 87억달러에서 약 4배 늘었으며, 21년 전과 비교하면 22배 급증했다.

투자 항목은 자동차 조립 공장과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제조 공장으로 나뉜다. 기존 자동차 산업에는 없었던 배터리 공장 건설이 늘면서 투자 규모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CAR에 따르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액은 2021년 165억달러, 2022년 1~11월에는 223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전기차 조립 공장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부품과 소재 생산 거점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조지아주에 55억달러를 투입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일리노이주에 1공장을 두고 있는 전기차 업체 리비안도 조지아주에 2공장을 건설한다.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으로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열었다. 두 회사는 테네시주에 2공장, 미시간주에 3공장을 각각 건설 중이다.

그 밖에 일본 파나소닉은 작년 1월 켄자스주에 최대 4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테슬라는 독일 배터리 공장 설립을 취소하고 텍사스로 유턴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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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생산 거점의 미국 쏠림 현상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8월 서명한 IRA는 '북미 최종 조립'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올해 3월부터는 보조금 지급 요건에 전기차 배터리 핵심 연료와 부품의 미국산 비중 충족 여부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러한 전기차 부흥 정책과 맞물려 전통적인 자동차 공업 지역이던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 러스트벨트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또 전기요금이 저렴하고 가용 용지가 많은 남부 지역으로 신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생산 기준 세계 5위 자동차 강국인 한국은 현대자동차그룹에만 의존하는 미미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미국과 대조된다. 특히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과 같은 활발한 투자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

현대차는 올해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5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이것이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만들어지는 신공장일 정도다. 기아 화성공장에도 전기차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지만 생산 규모를 두고 노조가 반대하면서 계획이 표류 중이다.

지난해 정부가 뒤늦게나마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을 발표하면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95조원 이상을 국내 자동차 업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20조원 안팎에 이르는 작지 않은 규모지만 여기에는 소프트웨어 국산화와 관련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지원 등 금액이 모두 포함됐다.

이러한 투자마저도 현대차그룹 한 곳에 기대는 형국이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집행 여부는 미지수다.

[권한울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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