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주요 5개국(G5)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이처럼 누더기 땜질 세제라는 오명을 받는 조특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조특법은 조세 감면을 통해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고 과세를 공평화하기 위한 특례를 규정하는 세제다. 하지만 이런 특례들이 정치권 선거나 포퓰리즘 도구로 남발돼 누더기 땜질 처방이 됐을 뿐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조세 불복을 야기하는 역기능이 훨씬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최근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일몰이 5년 이상 연장된 조특법 조항 수는 총 133개다. 이 중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실제 조세 감면액이 0원인 조항도 19개에 달했다.
농어촌주택취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특례나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와 제주투자진흥지구 입주 기업의 수입물품 관세 면제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조항은 감면 실적이 없어 일몰이 도래하면 없애야 하지만 정치권은 계속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조세 특례 항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하나쯤 감면 조항을 끼워넣어도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이 적다"며 "조특법은 정치권 민원창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세 부담을 덜어 경제주체들의 활력을 높인다는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한 번 도입되면 조세 감면 효과가 불분명한데도 계속 연장되면서 사실상 영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과거 복잡하고 과다한 조세 감면에 시달렸던 주요국은 이미 방지 대책을 규정해두고 있다. 미국은 존 F 케네디 행정부에서 조세 감면이 대폭 확대되자 조세 감면과 비과세, 각종 공제를 통한 세 부담 감면은 세출 예산과 마찬가지로 1년에 한 번만 편성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법안마다 딱지를 붙여 세입·세출을 요하는 공적 법안은 '유니언 의안목록(Union Calendar)'으로,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법안은 '사법안 목록(Private Calendar)'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이 밖에 영국은 '조세 복잡성 지수'를 도입해 매년 전체 조세 감면 규모를 검토하고 간소화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시기별로 분석해보면 우리나라는 선거를 앞둔 시기에 조특법이 특히 많이 개정됐다. 최근 21년 동안 조특법 개정 사항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18년(147건)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세법 개정 때였다. 2018년 개정 건수는 2000~2021년 중 조특법 개정 사항이 가장 적었던 2010년(24건)의 6.1배에 달하는 수치다. 조특법 개정이 두 번째로 많았던 해는 2019년(142건)으로, 2020년 21대 총선을 한 해 앞둔 시점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매일경제가 시행 연도 기준 2000~2021년 연도별 개정세법 책자의 세목별 개정 사항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났다. 최근 21년간 조특법의 총 개정 건수는 1998건으로 2000건에 육박했다. 기재부는 2000년부터 매년 당해 연도의 세법·시행령 개정 사항을 담아 개정세법 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개정세법 책자의 조특법 부분 총두께는 70.1㎝인데 이는 소득세법(41㎝)과 법인세법(41㎝)의 각 개정 부분의 1.7배에 달한다. 조특법 개정 부분은 다른 세목들과 비교하면 책자 두께의 편차가 더욱 컸다. 양도소득세법(20.8㎝)과 비교하면 3.4배, 상속세 및 증여세법(18.5㎝)에 비해선 3.8배로 나타났다. 또 국제조세 관련 법 개정 사항(22.1㎝)의 3.2배, 부가가치세 관련 개정 사항(23.8㎝)의 2.9배였다.
[이종혁 기자 / 이희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