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찾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화학·첨단소재 산업협의체
韓기업인 최초로 의장 맡아
"국가간 경쟁 심화된 격변기
기술·공정혁신으로 돌파구"
화학·첨단소재 산업협의체
韓기업인 최초로 의장 맡아
"국가간 경쟁 심화된 격변기
기술·공정혁신으로 돌파구"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국제 감각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꼽는다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다섯 손가락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것이다. 신 부회장은 한국 전문경영인으로서는 드물게 다보스포럼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다보스포럼 내의 '화학·첨단소재 산업 협의체'에서 의장직을 맡았다. 한국 기업인 가운데 처음이다.
2023년도 다보스포럼 개막을 눈앞에 둔 지난 11일 신 부회장을 만났다. 신 부회장은 비싼 참가비를 내면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목적이 크게 두 가지라고 했다. 첫 번째는 글로벌 기업 대표들로 이뤄진 각종 분과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예를 들어 의장직을 맡은 화학·첨단소재 산업 협의체는 30여 개 글로벌 최고 기업이 모인 자리"라며 "이들과 탄소 포집 기술을 공유하는 방안 등을 의제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톱 매니지먼트 미팅이라 불리는 CEO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다보스는 좁은 면적에 글로벌 CEO 수백 명이 모여 있다 보니 관계 있는 기업들끼리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미국의 시약·장비 기업인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다보스포럼을 포괄하는 큰 주제는 '파편화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다.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협력보다는 자국 이익을 앞세우기 시작한 강대국들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부회장은 "협력에 기반하던 국가 간 생태계가 경쟁 관계로 뒤바뀌고 있다"며 "이에 더해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침체 우려가 합쳐지면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시대적 전환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균형을 되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년이 될 수도, 혹은 수십 년이 될 수도 있다"며 "기업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잘 준비된 기업에는 이 같은 대격변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 다변화, 파트너십을 통해 민첩하게 대응한다면 한국 기업들에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한국 기업들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제품 기술 개발과 공정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엄청난 협상력이 될 것"이라며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해도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또 다른 핵심 이슈는 '기후변화와 탄소 저감'이다. 신 부회장은 "저탄소 사회로 전환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며 "소비자들이 이미 저탄소·친환경 제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고객의 저탄소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한다면 블루오션과도 같은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은 기자·사진/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