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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출금리 높여 이자놀이 … 은행 평균연봉 1억 넘겼다

채종원 기자

입력 : 
2023-01-15 17:27:36
수정 : 
2023-01-15 19: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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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리 인상기에 늘어난 이자수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시중은행들의 최근 '내부 잔치' 행보에 대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초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정도로 서민들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은행들이 고액 연봉, 성과급 확대를 포함한 '잇속 챙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반면 영업시간 확대 같은 고객 편의 개선에는 미온적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선 은행들의 공적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한 압박 강도를 높일 기세다.

1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시중은행 총급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가 처음으로 모두 1억원을 넘었다. 직원 상위 10% 평균 연봉은 2억원에 근접했다. 기본 인상률과 지난해 은행권 최대 실적을 감안하면 작년 연봉은 이보다 크게 올랐을 가능성이 높고, 올해도 고금리 속 실적 호조 여파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 계획을 이미 다수 은행이 밝힌 상태다.

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은 국민은행이 1억1074만원으로 1위였고, 이어 신한은행(1억529만원), 하나은행(1억525만원), 우리은행(1억171만원), 농협은행(1억162만원) 순이었다. 중위값(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 값)은 국민은행(1억676만원), 신한은행(1억606만원), 하나은행(1억44만원)이 1억원을 넘었다. 직원 상위 10%만 보면 최저 1억7831만원(농협)에서 최고 1억9784만원(국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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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내부 잔치가 가능한 지난해 실적이 은행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주담대 금리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를 뚫기도 했다. '영끌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1~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올리면서 서민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상승폭에 비해 대출 금리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12월 제1·2 금융권에서 연 6%까지 치솟았던 정기예금 금리는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시중은행의 경우 연 4%대 정기예금 상품이 주를 이룬다. 이런 예대마진 덕분에 지난해 8개 은행의 이자이익이 전년도보다 8조원 이상 많은 53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은행들이 혜택은 챙기면서 고객 편의 개선엔 소극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당장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명분으로 1시간 단축했던 영업시간은 거리 두기가 해제됐는데도 변함이 없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잇달아 영업시간이 줄어들어 고객들의 불편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은행은 노사 간 협의 사항임을 내세우며 요지부동이다.

결국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서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대출 금리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에 선반영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 인상 요인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법제화 움직임도 보인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은행이 예대 금리 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에 보고해 금융당국이 예대 금리 차를 감독할 수 있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시중은행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성과보수 체계도 살펴보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 통제 및 리스크 관리 소홀, 금융 사고 발생 등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도 지속해달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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