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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A급 회사채 도전장 … 자금시장 훈풍 부나

강봉진 기자

입력 : 
2023-01-15 17:01:25
수정 : 
2023-01-15 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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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효성화학 등
A급 채권 잇따라 발행 예정
기업 자금시장 해빙 가늠자
금융당국 "비우량채 지원강화"
사진설명
연초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조 단위 자금이 몰리며 강세를 보였던 공모 회사채 발행 시장이 이번주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신세계푸드, 하나에프앤아이, 효성화학 등 신용등급 A급 이하인 비우량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 회사채 발행 시장은 향후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둔 기업은 16일 호텔롯데(신용등급 AA-) 1500억원(최대 3000억원), 17일 LG화학(AA+) 4000억원(최대 8000억원), 신세계(AA) 1000억원(최대 2000억원), 18일 SK가스(AA-) 1500억원(최대 3000억원), 신세계푸드(A+) 500억원(증액 없음), 하나에프앤아이(A) 600억원(최대 1200억원), 19일 롯데렌탈(AA-) 1500억원(최대 2500억원) 등이다. 이외에 효성화학(A)이 이달 중순 700억원(최대 12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검토하고 있고, 오는 26일과 27일에는 각각 롯데하이마트(AA-)와 SK인천석유화학(A+)의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이번주 수요예측을 앞둔 기업 중에는 지난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AA급 이상 우량 기업들과 비교해 신용등급이 낮거나 A급 이하 비우량 기업에 해당하는 곳이 많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우발 부채 부담이 큰 건설사로 꼽히는 롯데건설 2대 주주인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이 잇따라 예정된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호텔롯데는 1500억원을 후순위 대출하기로 했다. 호텔롯데는 19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롯데렌탈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주 회사채 발행 시장이 훈풍이 불고 있는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의 향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까지 AA급 이상 회사채에는 예정 발행액의 10배를 넘는 수조 원 단위 자금이 몰리면서 발행 금리가 민간 채권평가기관 평균 금리(민평금리)보다 50bp(1bp=0.01%포인트) 이상 낮게 발행됐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수요예측 결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25bp 올린 지난 13일 단기자금시장 금리 흐름은 채권 시장 관계자의 혼란스러운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당일 기업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A1급 91일물 기준) 금리는 13일 오전 전날(4.87%)에 비해 6bp 올랐으나 오후에는 3bp 상승에 그치며 4.9%로 마감했다. CP 금리는 지난달 12일부터 한 달간 하락하다가 당일 상승세로 돌아선 셈이다. 은행의 단기자금 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AAA급 시중은행 발행 91일물 기준) 금리도 1bp 상승해 3.88%로 마감했다.

금융당국의 자금시장 안정 대책이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현황 점검회의를 통해 "최근 회사채와 CP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등 금융시장 개선세가 확연해지고 있다"며 "비우량 회사채와 CP로 안정세가 확산되도록 비우량 등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크레디트 채권 스프레드(국고채와 AA-등급 3년물 기준 회사채 간 금리 차이) 급락은 정책 지원 효과뿐 아니라 거시경제 변수와 수급 여건이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우호적으로 변한 영향도 크다고 판단된다"며 "크레디트 전반에서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로까지 온기가 확산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A등급 회사채로 온기가 확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자금 시장 경색 우려가 해소된 상태는 아니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올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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