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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 나이가 어때서"… 황혼 웨딩마치 늘었다

박나은 기자

이지안 기자

입력 : 
2023-01-13 17:25:34
수정 : 
2023-01-13 19: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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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 늘자 제2인생 찾아
60대 이상 혼인·재혼 급증
결혼 중개사·소모임까지 등장
2030세대 비혼문화 확산돼
1년 혼인건수 20만건 밑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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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주부 이 모씨(63)는 최근 1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 '황혼 재혼'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이씨는 두 명의 자녀가 모두 독립하자 불화로 점철됐던 33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지인 모임에서 만난 지금의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인생 2막을 꿈꾸고 있다. 이씨는 "자녀를 기르느라 남편의 외도를 묵인하고 한평생 속앓이하며 살았는데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을 만나 위로받았다"면서 "남은 생을 외롭게 보내기보다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에 재혼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 변화로 결혼 적령기인 20·30대의 혼인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새로운 배우자를 찾는 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 후 안정적인 경제력을 가진 노년층 사이에서 여생을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황혼 재혼으로 분출된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60세 이상 남성과 여성의 혼인(초혼 및 재혼) 건수는 각각 6790건, 4435건으로 10년 전인 2011년 4930건, 2074건에 비해 2000건 가까이 늘었다. 이는 재혼 노년 인구가 많아진 영향이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남녀의 재혼 건수는 2011년 남성 4769건, 여성 1951건에서 2021년 남성 6460건, 여성 419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재혼에 성공한 회원 중 50세 이상의 비율도 남성이 28.9%, 여성이 16.8%로 늘었다. 반면 20·30대의 혼인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30만5507건이던 전체 인구의 혼인 건수는 2021년 19만2507건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20·30대 남녀의 혼인 건수가 2014년 각각 25만755건, 26만3660건에서 2021년 15만238건, 15만9652건으로 10만건 이상 줄어든 결과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인생이 길다고 느껴 여생을 도모하려는 장년층이 많아졌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노년의 삶을 위해 결혼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중년·노년을 위한 결혼중개업체, 각종 소개팅·미팅 서비스나 온라인 카페와 소모임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부 유 모씨(60)는 "이 나이에 재혼하고 싶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무섭다"면서도 "자녀가 다 독립한 뒤라 외로움을 많이 느껴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혼은 당사자들의 행복이 최우선시돼야 하지만, 이미 가족이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결혼이기 때문에 현실적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녀들이 이미 다 독립한 성인이지만, 가족 입장에서 새로운 부모를 맞이하는 일이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와 새 배우자 간 재산 분할 문제도 갈등 요인 중 하나다. 양나래 법무법인 라온 변호사는 "재혼하는 분들은 사별보다 이혼한 경우가 많아서 그 과정에서 재산 분할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 알고 있어 실제로 재혼 전에 미리 재산 분할 관련 문의를 많이 한다"며 "통상적으로는 배우자에게도 법률상 상속 지위가 있기 때문에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결혼 전에 미리 증여하거나 확정적으로 재산 분할에 대해 합의한 후 등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나은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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