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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美日은 中과 대화 물꼬 트는데 … 한중관계만 여전히 '꽁꽁'

한예경 기자

입력 : 
2023-05-22 17:43:49
수정 : 
2023-05-22 20: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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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서서히 중국과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지난해 11월 이후 고위급 대면 외교 채널 자체가 사실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중 간 고위급 교류 중단 상태가 지속되면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국면에서 자칫 한국만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한중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한중 간에는 고위급 대면 외교가 성사되지 않았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지난 3월부터 시 주석과 왕이 외교담당 정치국원,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급 외교 라인이 해외를 방문하거나 외국 정상 및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방문·접수 외교가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은 모두 제외되고 있는 형국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8월 중국 측 초청으로 산둥성 칭다오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 이후 올 들어 친강 부장의 조속한 방한을 바라며 초청했으나 중국 측에서 방한 계획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외교부장 자리에 오른 친강 부장은 최근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를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와 동시에 파키스탄,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을 방문해 외교장관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친강 부장은 특히 지난 4월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중국 베이징에서 전격 회동하고 리창 총리·왕이 정치국원과 하야시 외무상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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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뿐만 아니라 차관급에서도 한중 대화가 단절됐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과 한국을 담당하는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아직 상견례도 못했다.

양국 대사들과는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중국 외교라인 교체와 함께 승진한 쑨웨이둥 부부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방미 직전 외신과의 인터뷰 내용을 놓고 정재호 주중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같은 날 저녁 장호진 차관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 대변인의 언사를 놓고 항의했는데, 이것이 지난달 취임한 장 차관과 싱하이밍 대사 간 어색한 첫 만남이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중 안보실장급 대화 채널이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엄중한 2020년에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부산으로 보내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하는 등 안보실장급 대화를 정상 간 긴밀한 소통창구로 활용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김성한 전 안보실장은 물론이고 조태용 안보실장도 왕이 정치국원과 대화 채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의회 차원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국 방문을 타진하고 있지만 시 주석과의 만남이 결정되지 않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국회에서는 한중의원연맹 출범 등을 모색함으로써 한중 대화 채널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은 지난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정치국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전격 회동하면서 지난 2월 정찰풍선 사태 이후 닫혔던 미·중 간 대화 채널을 재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에 대한 질문에 "곧 해빙이 시작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미·중 간에는 이번주 워싱턴에서 상무·통상장관급 회담이 진행되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곧 방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한중 양자외교 채널이 긴밀하게 가동되지 않더라도 한·일·중 정상회담 등을 통한 3자 외교 활성화를 기대해 왔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올해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담에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한·일·중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를 준비 중이었으나 중국 측에서 불참을 통보해 회의를 연기한 상태다. 대신 22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국장급)이 방한해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최용준 동북아국장과 한중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외교차관을 역임한 신각수 전 일본대사는 "정찰풍선 사태로 연기됐던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이 연내 실현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미·일이 중국과 해빙 기류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가 뒤통수를 맞기 좋은 상황"이라며 "한·일·중 3국 협력체제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라며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곧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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