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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실리콘밸리 '에너지자립 사옥' 대세 … 구글 냉난방비 제로 도전

이상덕 기자

입력 : 
2023-05-22 17:44:20
수정 : 
2023-05-22 19: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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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전기료 시대 끝나가
최첨단 기술로 에너지 혁신
엔비디아 '보이저' 사옥
자연 채광·자연 환기 극대화
아마존 '메트로폴리탄 파크'
유리창개폐 최적시간 자동알림
스타트업, AI 제어기술 경쟁도
빌딩 전력 사용량 30% 줄여
◆ 에너지 절약, 기업이 뛴다 ◆
사진설명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북쪽을 향해 자동차를 몰다 보면 구글 신사옥 '베이뷰'가 나타난다. 초대형 체육관 외형을 빼닮은 구글 신사옥은 무려 9만장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 있다. 건물 전체가 마치 '용의 비늘'로 뒤덮인 것과 같다고 해서 '드래건 스케일(Dragon Scale)' 건축 기법으로 불린다.

구글 신사옥은 평상시에도 직원을 2000명에서 최대 4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하다. 하지만 이 큰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 중 90%는 자체 생산된다. 태양광 패널과 건물 밖에 있는 풍력 발전 등을 통해 사옥에서 쓰는 전기를 스스로 충당하는 것이다. 초기에 별도로 투자 비용이 소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료 제로(0)를 향해 가는 셈이다. '혁신의 수도'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빅테크 기업들 중에는 구글처럼 전기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곳이 많다. 에너지 혁신이 곧 기업 혁신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미셸 코프먼 구글 이사는 기자와 만나 "사옥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면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라도 건물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에너지 절감에 직접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문 연구기업 '딥마인드'는 AI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전력 수급 예측이다.

딥마인드는 영국 최대 에너지 기업 내셔널그리드와 손잡고 AI가 전력 수급을 예측해 에너지 사용량을 10% 줄이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AI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공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들이 만든 스타트업 '파이드라(Phaidra)'는 발전소와 빌딩의 전력을 제어하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발전소, 제철소, 제약업체와 같은 시설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장비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엄청난 냉방장치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파이드라는 장비 성능이 저하되는 온도를 AI가 실시간 판별해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짐 가오 파이드라 최고경영자(CEO)는 "시설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저감에 공을 들이는 빅테크 기업은 단지 구글뿐만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영화 '스타트렉' 우주선을 본떠 만든 신사옥 '보이저(Voyger)'를 지난해 완공했다.

넓이만 7만㎡(약 2만1175평)에 달하는 건물 천장 곳곳에 태양광 패널을 달았다. 또 군데군데 유리창을 달아 자연 채광을 극대화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기업책임보고서를 통해 "전체 소모하는 에너지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38%를 기록했다"며 "2021년 25%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5월 아마존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완공한 22층 규모 빌딩 역시 예외는 아니다. 총 8000명이 입주할 신사옥에는 '메트로폴리탄 파크(Metropolitan Park)'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건물은 인근 태양광 발전소와 계약을 맺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카라 허스트 아마존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은 "이 건물에서 우리는 화석연료를 제거했다"고 자평했다. 건물은 에너지 저감에 최적화돼 있다. 총 3000장에 달하는 유리창이 있는데 직원들에게 창을 여닫을 시간을 알려주는 조명이 있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덮는 방식으로 공장 에너지를 효율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2017년께 "궁극적으로 70㎿ 용량(1만가구의 전력 소모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패널 지붕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2020년에 3.2㎿ 용량을 가진 태양광 패널 설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에 집중하는 까닭은 △친환경 시대를 맞아 전체 에너지 소모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에너지 절감을 의무화하고 있어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에 따르면 건물이 소비하는 전기량은 전체 소모량 가운데 40%에 달한다. 또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37%를 차지한다. 이에 미국 연방·주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풀었다. 특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태양광 설비 보유자가 전력을 생산·소비하면 남는 전기를 보전해준다. 연방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기반해 총 2710억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약속한 상태다. 만약 기업이 태양광·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거나 기술 투자를 하면 10% 이상 세금을 공제한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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