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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마이크론 반격'에 … 한숨 돌렸던 K반도체 다시 소용돌이

오찬종 기자

입력 : 
2023-05-22 17:43:29
수정 : 
2023-05-22 2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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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반도체전쟁
◆ 희비 엇갈린 세계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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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이 만드는 메모리 반도체 수입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격 금지하면서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에 또다시 불길이 타올랐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 기업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지는 모양새다. 2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마이크론이 자체 보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요 국가, 주요 기관에 납품이 불가능하다고 전날 발표했다.

사실상 마이크론에 대한 수입 금지 제재를 내린 셈이다. 지난해 마이크론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해 실질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 직후에 결정된 만큼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 전체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블룸버그는 이번 중국 조치를 "기습"이라고 표현한 뒤 "퀄컴, 브로드컴, 인텔 등 다른 미국 반도체 업체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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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반도체가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맞대응 수단이 되면서 미·중 간 산업 패권 경쟁은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강수를 둔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자르기 위해 초강력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놨다. 미 상무부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등에 쓰이는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뿐만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기술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다. 같은 해 12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YMTC 등 36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에 올렸다. 주요 동맹국들의 동참도 이끌어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이 같은 미국의 제재 발표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의 40%를 만든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다롄에서 D램의 50%, 낸드의 30%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공장 운영 중단이라는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에서 미국이 1년간 규제를 유예하기로 선회하면서 겨우 한숨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맞대응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실상 근거가 없는 제한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한 비판을 내놨다. 사실상 한국 기업에 미국이 만드는 '반도체 블록'에 힘을 합칠 것을 요구한 셈이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중국 수출이 금지되면 한국 기업은 그 공백을 채우지 말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장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빠지면 한국 기업은 수혜를 볼 수 있다. 특히 D램의 경우 중국 자국 기업은 상용 제품이 거의 없는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의 미국 제재가 한국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D램은 국내 기업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5년 이상이라 한국 제품이 없으면 사실상 중국 산업이 마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당장 타격은 없다는 반응이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에 일차적인 피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이 같은 제재에 대해 미국이 다시 맞대응에 나서게 됐을 때다. 당초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는 데드라인이 올 10월까지였지만 최근 최소 1년 이상 추가 연장하는 방안으로 협의 중이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론 수출 통제로 미국이 서랍 속에 넣었던 장비 수출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생겼다.

여기에 더해 보조금을 빌미로 추가적인 중국 제재 동참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미 미국 민주당이 '반도체법(CHIPS)' 후속타로 '중국 경쟁 2.0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 법안 초안도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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