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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中 굴기 막자" 美日, 반도체·양자컴 투자 '의기투합'

김규식 기자

입력 : 
2023-05-22 17:41:28
수정 : 
2023-05-23 14: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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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기업·대학이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과 관련한 교육, 연구 등에서 협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경제안보를 감안하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의 효율성 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보이는데, 양자기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던 일본 히로시마의 호텔에서 전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일 관료와 대학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기술 개발 등과 관련해 총 2억1000만달러를 투자하는 '협력각서'가 체결됐다. 이 협력에는 양국 반도체·양자기술 관련 기업과 대학들이 참여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이 도호쿠대, 버지니아공대 등 양국 11개 대학과 제휴한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6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첨단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연간 5000여 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대학과 함께 커리큘럼을 만들어 수개월에 걸쳐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 등 분야에서는 향후 10년간 IBM이 1억달러, 구글이 5000만달러를 시카고대와 도쿄대에 지원한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고성능 양자컴퓨터는 통신, 재료, 일렉트로닉스, 제어에 관한 문제 등 많은 진보가 필요하다"며 미·일 대학과 협력해 기술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자 역할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연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 각종 소재 연구나 금융상품 개발·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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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는 이번 협력 등을 계기로 향후 교육과 관련한 고위 당국자 대화를 매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체결식에 참석한 블링컨 장관은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에 대해 "양국과 경제안보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기술과 관련한 규칙과 규범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양자 협력은 지난해 이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등 일본 8개 업체는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말 미국 IBM과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회로선폭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첨단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는 미세 공정을 통해 회로선폭을 줄일수록 성능과 생산 효율 등을 높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대해 약 3300억엔을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과 일본은 작년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판 '2+2(외무+경제산업장관)회담'에서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에 대해 논의하는 등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최근 인텔과 양자계산기 및 슈퍼컴퓨터 등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고도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계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자계산기와 슈퍼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연구에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IBM·구글이 시카고대·도쿄대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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