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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100% 돈번다고? 박스피場 악용해 옵션사기 판친다

문일호 기자

입력 : 
2023-05-21 17:41:21
수정 : 
2023-05-21 20: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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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옵션 양매도' 주의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모씨(56)는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3억원을 옵션에 투자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지인은 서울 강남의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A회사에 돈을 맡겼더니 원금의 20%에 달하는 수익금을 두 달 연속으로 받았다고 계좌까지 보여주며 자랑했다.

이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옵션 양매도 기법으로 '100% 안전마진'이 가능하다며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매도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옵션 투자전략을 가리킨다. 김씨는 "사람이 하면 95%의 확률이지만 AI는 100% 수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더라"며 "선릉역과 여의도 오피스텔에 이런 회사들이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최근 증시를 뒤흔든 차액결제계좌(CFD) 주가 조작 사태에 이어 또 다른 파생상품인 옵션 양매도를 이용한 신종 금융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첨단 투자기법처럼 소개하지만 '원금과 월 고정 수익률 보장'을 내세우고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방식은 불법 주식리딩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옵션 양매도 기법을 활용해 수익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일당들은 기초자산(보통은 코스피200지수) 가격이 떨어져도 고정적으로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유혹하고 있다.

실제 이 기법은 기초자산 가격이 투자자의 예상 범위 내에 있으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그러나 코스피가 급등락할 경우 손실이 무한대로 발생한다. 옵션 거래를 위해선 최소 1000만원의 예탁금을 낸 후 별도의 증거금을 내야 한다. 옵션 양매도는 최소 2계약 이상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돈도 2배로 든다.

정산할 때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깡통 계좌'가 속출할 위험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단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원금이 전부 날아가는 일이 생긴다"며 "최근 코스피 변동성이 낮아졌다고 해도 수익이 무조건 발생한다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일호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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