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사회

공무원까지 사칭한 리딩방…털린 투자자 또 털었다

김정석 기자

입력 : 
2023-05-21 17:17:31

글자크기 설정

경찰, 주식리딩방 수사 착수
소비자원 사칭 공문서 제작
손실 보상해주겠다며 접근
카드 등 개인정보 빼내거나
주식·코인 신규투자 유도해
관련 피해 1분기에만 248건
사진설명
"(리딩방) 유료 회원 가입으로 결제해주신 8400만원에 대한 환불·취소 요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유료 주식 리딩 서비스 환불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던 A씨가 트레이더로부터 받은 한국소비자원의 공문 내용의 일부다. '환불 신청서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한국소비자원의 로고와 사업자등록번호 등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이는 한국소비자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위조 공문으로 드러났다. 속칭 주식리딩방이라고 불리는 유사투자자문업체 일부는 위와 같은 위조 공문을 이용해 투자 손실을 보상해주겠다며 투자자를 꾄 뒤, 이를 위해서 코인이나 비상장 주식 등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속이거나 보상 절차 진행을 위한 것이라며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빼돌리는 식으로 소비자를 기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 투자금 손실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또 다른 사기성 범죄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같이 한국소비자원의 공문뿐만 아니라 피해보상 명령과 신분 등을 사칭해 소비자를 속인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결국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2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공문서 위조, 위조 공문서 행사, 공무원 자격 사칭 등의 혐의로 유사투자자문업체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유사한 피해 신고가 속출하자 최근 한국소비자원 관계자가 송파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 직원을 사칭해 소비자에게 명함을 건네거나 위조 공문서를 이용하는 사칭 범죄의 증거를 모아 고소하게 됐다"며 "소비자들이 더 이상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의 정부기관 사칭 사기에 속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주식리딩업체 손실보상팀을 자처해 주식리딩방 손실 보상을 미끼로 투자자를 속이던 사기 유형이 이제는 정부기관 사칭으로까지 대담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 사칭 유사투자자문서비스 피해보상 안내' 관련 상담은 올해 1분기에만 248건에 달했다. 올해 1월에 63건이었던 관련 상담 건수는 2월 84건, 3월에는 101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은 거래내역이 있는 고객들에게 '공정거래위원회의 배상명령 조치'나 '한국소비자원의 피해보상 명령'에 따라 과거에 징수한 수수료 및 주식 투자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상해주겠다고 소비자를 현혹했다. 첨부한 위조 공문 또는 위조 보도자료에 소비자가 속으면 사칭 업체들은 "가상화폐를 저가에 매수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환급된다"고 추가 투자를 유인하거나 "환급 절차를 위해서는 한국소비자원의 승인을 위해 정보가 필요하다"며 카드번호 등 금융정보를 탈취했다.

사칭 사기를 포함해 주식리딩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금액은 지난해 200억원을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주식리딩방 관련 피해금액은 204억3799만원이다. 올해는 4월까지 파악된 피해금액만 하더라도 18억4342만원에 달한다. 황운하 의원은 "최근 라덕연 사태 등 유사투자자문업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게 급증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생계자금을 쏟아부은 개미투자자들이고, 거래 규모와 피해 금액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강력한 경찰 수사 등을 통한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사칭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 역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고소장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수사해 피해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