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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의료용 마약 약국 반납, 전국으로 확대

홍혜진 기자

이창훈 기자

입력 : 
2023-05-19 17:44:10
수정 : 
2023-05-19 19: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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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내년부터 시행 추진
작년 7월 경기도서 시범사업
약국 반납때 인센티브 주고
약사 관리수당 확 늘리기로
암 환자 쓰던 수면제·진통제
사망후 유족들 오남용 잦아
불법유통·도난 가능성도 커
사진설명
의료기관을 통한 마약류 유통이 관리 사각지대로 지적되자 정부가 불법 유통 가능성이 있는 가정 내 의료용 마약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년부터 가정 내 의료용 마약 수거 사업을 전국 단위로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달 중에 이를 위한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말기 암 환자에게 처방되는 진통제인 '펜타닐' 같은 의료용 마약이 환자 사망 등으로 가정 내에서 미사용 상태로 남으면 이를 약국에 반납하도록 해 폐기처분하는 사업이다. 의료용 마약이 불법 유통되거나 가족 등 타인에 의해 잘못 사용되는 문제를 시정하려는 취지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지역 약국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했지만 참여율이 저조했다. 의료용 마약을 반납하는 환자 측에 주는 인센티브가 없어 환자 가족의 자율에 의존한 데다 참여 약국에 지급하는 관리수당이 적다는 점이 낮은 참여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식약처는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면서 참여 약국 관리수당을 늘리고 의료용 마약을 반납하는 이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식약처는 안전사용 기준 적용 대상이 되는 의료용 마약류를 현재 7개에서 9개로 올해 하반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사용 기준에는 사용 일반 원칙, 처방 및 사용 대상, 용량 및 기간, 주의 사항 등이 명시돼 있어 의사의 마약류 처방을 규율하는 근거가 된다.

정부가 고삐를 죄고 나선 것은 의료용 마약이 마약 중독자를 양성하거나 불법 마약의 대체품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의료용 마약은 국민 2.7명 중 1명이 사용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흔하게 처방된다.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마약류 진통제는 효과가 강력해 다른 약제로 대체할 수 없는 데다 환자가 내성이 생겨 점점 투약량을 늘리면 중독에 이르게 된다"며 "의료용 마약으로 시작해 불법 마약으로 손을 뻗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로폰, 코카인 등 비의료용 불법 마약류 대신 의료기관을 통해 접근이 보다 용이한 의료용 마약류인 진통제(펜타닐), 식욕억제제(나비약), 마취제(프로포폴) 등을 의료 쇼핑으로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재유통하는 게 대표적인 오·남용 사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따르면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지난해 무려 120만명에게 2억4300만정 처방됐는데, 이 중 가장 많이 처방받은 상위 30명이 1인당 평균 4970정을 타갔다. 하루 복용량을 고려하면 이들은 불법 유통을 목적으로 과다 처방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마약류 도난·분실 대비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사고 마약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발생한 마약 사고는 1만6767건에 달했다. 이처럼 보관 과정에서 사라진 마약이 적지 않음에도 마약류 저장시설에 대한 폐쇄회로(CC)TV와 무인경비장치 설치는 권고 사항에 그쳐 이를 의무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의사가 스스로에게 마약류를 처방하는 셀프 처방을 제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의사가 본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고 마약류를 처방한 경우가 10만건이 넘는다. 한 의사는 한 해 26번에 거쳐 마약류 약 2만정을 셀프 처방했다.

[홍혜진 기자 /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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