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증권

[월가월부] 서학개미 3500억 담았다 …'제피'와 '슈드' 아시나요

차창희 기자

입력 : 
2023-05-18 17:15:17
수정 : 
2023-05-18 19:22:49

글자크기 설정

방어주 중심 美 배당 ETF
변동장 투자 피난처로 주목
매월 분배금 주는 제피(JEPI)
현금 필요한 은퇴자에 유리
출시 후 3배로 뛴 슈드(SCHD)
청년층 적립식 매수 적합
사진설명


올해 서학개미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미국 증시에서 배당 상장지수펀드(ETF)를 3500억원가량 사들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피' '슈드'라고도 불리는 'JP모건 에퀴티 프리미엄 인컴(JEPI)'과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SCHD)' ETF가 그 주인공이다.

두 종목은 경기방어주 자산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자랑하지만 운용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JEPI ETF는 주가 상방은 제한되지만 매월 일정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중·장년과 은퇴자들에게 유용하다. 반면 연평균 10% 배당 성장률을 자랑하는 SCHD ETF는 2030세대가 장기 적립식으로 모아가기 좋은 상품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올해 들어 배당 종목인 JEPI ETF를 1억6809만달러(약 223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또 다른 배당 종목인 SCHD ETF도 같은 기간 1억1993만달러(약 1595억원)를 사들였다. 두 상품은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 4~5위로 배당 ETF 가운데 선두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약세장을 경험한 후 준수한 주가 방어력과 배당 매력에 안전 자산을 적극 편입하는 모습이다.

자웅을 겨루는 두 상품은 사실 운용 방법이 꽤 다르다. SCHD ETF는 대다수 ETF와 동일하게 추종지수(다우존스 US 디비던드 100)가 있는 패시브 상품이다. 10년 연속 배당금 지급, 시가총액 5억달러, 일평균 거래량 200만달러 등 조건을 통해 자산을 편입한다. 펩시코(4.67%), 머크(4.48%), 코카콜라(4.44%), 브로드컴(4.21%), 홈디포(4.12%) 등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기방어주 비중이 높다.

미국 투자정보 플랫폼 시킹알파는 "SCHD ETF는 경기 침체 여부에 관계없이 매수할 수 있는 최고의 배당 ETF"라며 "지난 10년 동안 배당이 성장했고 포트폴리오도 잘 분산돼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JEPI ETF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본적 흐름은 유사하지만 추가로 JP모건 소속 애널리스트들 역량이 중요한 액티브 상품이다. 공통적으로 펩시코, 코카콜라 등 경기방어주를 담고 있지만 JEPI ETF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주도 포함하고 있다.

분배금 지급 주기도 다르다. JEPI ETF는 매월 분배금을 지급한다. SCHD ETF는 분기 배당(3·6·9·12월)이다. 4월 말 기준 JEPI와 SCHD ETF 배당수익률은 각각 9.78%, 3.64%다.

JEPI ETF 배당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분배금 수익 창출이 유리한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 매수와 동시에 해당 자산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콜옵션 매도분을 분배금 수익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보통 커버드콜 상품 배당수익률은 10%에 육박하기도 한다.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옵션 매도 프리미엄만큼 손실이 완충된다. 다만 기초자산 상승 시에는 수익률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된다. 증시가 대세 상승장으로 진입하면 상방이 막히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증시가 횡보할 때 높은 분배금 수익을 얻기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해밀턴 레이너 JEPI ETF 펀드매니저는 "이 전략은 옵션 수입 때문에 '범위 제한 시장'에서 잘 작동한다"며 "침체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주가 보호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단순 배당수익률만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투자자 상황과 증시 전망을 고려한 후 투자 상품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증시가 횡보할 것이라고 예상하거나 매월 일정 수준의 현금 창출이 필요한 중·장년층, 은퇴자라면 JEPI ETF가 유리할 수 있다. 환율, 비용 등 요인을 배제하고 5억원을 JEPI ETF에 넣으면 매월 세후 346만원을 분배금 수익으로 손에 쥘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배당 ETF를 적립식으로 모아가기를 원하는 사회초년생 등 2030세대라면 SCHD ETF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 SCHD ETF는 2011년 출시된 후 주가가 3배가량 상승했다. 상방이 막힌 JEPI ETF 대비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률은 높을 수 있다. 해당 기간 분배금 수익까지 포함하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강조한 장기 투자 시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두 상품 모두 올해 성과는 시장 평균치보다 좋지 않다. S&P500지수가 연중 8.75% 상승했지만 JEPI와 SCHD ETF 수익률은 각각 0.42%, -6.99%로 부진한 편이다. JEPI ETF는 상방이 제한됐기 때문이고, SCHD ETF는 올해 상승을 이끄는 기술주 비중이 없어서다. 미국 경제전문지 더스트리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주기를 끝내고 시장이 더 큰 침체 위험에 접어들 때까지 배당 ETF의 실망스러운 성과는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증시와 기업분석 정보는 유튜브 '월가월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설명
[차창희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