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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사업 재조정 사활 건 카카오 … 클라우드·AI 중심 재편

고민서 기자

입력 : 
2023-05-16 17:31:54
수정 : 
2023-05-16 18: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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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부터
'다음' 포털 사내독립기업 전환
공동체 혼재된 사업 교통정리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집중
AI사업은 카카오브레인 중심
인력 중복 등 효율화 작업 병행
사진설명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1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카카오 i 클라우드'의 전략과 경쟁력을 소개하는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고민서 기자
카카오가 공동체 전체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결여된 사업군에 대한 대대적인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기반한 커머스·광고 플랫폼 등 핵심 사업군은 그대로 가져가되 기타 비주력 사업군에서는 그동안 회사별로 혼재해 있던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우선 변화의 중심에 선 곳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의 첫 사내독립기업(CIC)인 'AI Lab'이 2019년 12월 분사해 만들어진 기업 간 거래(B2B) 전문회사로, 카카오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이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에서 파생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에서 보폭을 넓혀 인공지능(AI) 기업용 서비스 등 B2B 사업을 위해 야심 차게 출범한 회사인데, 투자한 지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사업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며 만년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외형(매출)은 2020년 682억원에서 지난해 1633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지만 정작 수익 면에서는 영업손실 폭이 368억원에서 1406억원으로 3년 만에 4배나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안팎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기본적으로 AI를 기반으로 해 카카오브레인(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이나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 운영사) 등과 일정 부분 겹치면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됐고 설상가상 투자자금까지 바닥나며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설명
이 점에 대해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16일 '카카오 i 클라우드'의 비즈니스 전략과 핵심 경쟁력을 소개하는 미디어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 신임 대표로 발탁된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회사의 수익 구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약 20년간 경력을 쌓은 클라우드 전문가로 그동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내 클라우드 부문을 총괄해왔다.

카카오가 그를 새로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장으로 내세운 것 역시 이 회사에서는 '클라우드'만 키우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향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구조조정 계획과 시기에 관해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안팎에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돼온 사업군별 구조조정 노선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AI 사업군은 카카오브레인 중심으로 옮겨가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카카오브레인은 현재 카카오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의 업그레이드 버전 '코GPT2.0' 개발 막바지 작업과 함께 카카오 차원의 버티컬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클라우드 외) 기존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고 고객과 약속한 사업을 지키면서 클라우드화해 수익률을 맞추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기술 고도화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발판 삼아 국내 클라우드 시장 비중을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오는 31일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 가운데 최초로 공식 출시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멀티 '가용영역(AZ)'은 한 곳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워크로드(주어진 시간 안에 컴퓨터 시스템이 처리해야 하는 작업량)를 배치함으로써 하나의 AZ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가능하다.

한편 지난 15일 카카오 품에서 벗어나 CIC로 전환된 포털 '다음(Daum)' 역시 향후 포털시장 내에서 입지를 키워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카카오 내 비핵심 사업군으로 별다른 영향력을 나타내지 못했던 만큼 CIC 체제하에서는 사업 성과를 내야만 잠재적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카카오 안팎의 관측을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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