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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한미일동맹… 삼성, 日서 판키우는 TSMC 견제 포석도

김규식 기자

최승진 기자

입력 : 
2023-05-14 17:29:26
수정 : 
2023-05-14 19: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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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에 반도체 테스트공장
車반도체 시장 선점 노리면서
日공장 건설중 TSMC에 맞불
한미일 공급망 협력과도 통해
최근 설립 日연구소 후속 성격
日소부장과 시너지 효과 기대
"日정부, 보조금 100억엔 예상"
◆ 삼성 반도체 영토확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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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과 일본에서 연이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는 것은 이재용 회장의 미래 반도체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일본에 연구개발(R&D)을 위한 팹(생산시설)을 짓기로 한 것은 일본의 소재·부품 경쟁력과 시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일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한 견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이 강점을 지닌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미국 역시 일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일본과 협력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 왔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새로 출범시킨 일본 내 연구 컨트롤타워인 '삼성 DSRJ'가 대표적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에 리서치(Research)의 R, 일본(Japan)의 J를 더해 이름 붙인 삼성 DSRJ는 요코하마에 설립됐다. 삼성전자는 설비·소재·이미지센서·패키징·시뮬레이션 등 일본이 앞선 기술을 보유한 5개 분야의 연구소를 운영해 왔다.

삼성전자가 요코하마에 설립할 예정인 반도체 테스트라인 역시 삼성 DSRJ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수순으로 파악된다. 테스트라인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이미지센서 등 후공정과 연관된 시제품을 주로 만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일본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일본이 '미래 반도체 패권의 격전지'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구마모토 2공장 추가 건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일본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라이벌' TSMC가 일본에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역시 반도체 매출 기준 세계 1위인 TSMC, 2위 삼성전자가 모두 일본에 R&D 거점을 마련한다는 내용에 집중했다. TSMC는 구마모토 공장 외에도 이바라키현에 R&D센터를 만들고 있다.

일본의 미래 시장 잠재력 또한 삼성전자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 기업이 일본에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혼다와 함께 소니혼다모빌리티(SHM)를 설립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 소니 본사를 찾고,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이 지난 3월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것 역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협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일 양국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방일 당시 그리고 최근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양국은 특히 한일정상회담에서 한국 반도체 제조 업체와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간의 공조를 강화해 한일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가 향후 삼성전자에 보조금을 지급할지도 주목된다.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이번 R&D 투자와 관련해 100억엔(약 990억원)가량을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공장에 대해 설비 투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760억엔(약 4조7000억원)가량을, TSMC의 이바라키현 반도체 R&D센터에도 사업비의 절반가량인 190억엔(약 1880억원)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소프트뱅크 등 자국 8개 업체가 지난해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도 3300억엔(약 3조2700억원)가량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일본 정부는 키옥시아가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이와테현에 건설 중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 투자와 미국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D램 공장 증설 투자를 지원한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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