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상장사들이 내놓은 1분기 분기배당 규모가 3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남은 일정 등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 분기배당 규모가 지난해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가치 제고가 상장사 현안으로 부각된 데다 최근 들어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배당 주기를 분기로 바꾼 현대차 등이 2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점을 고려하면 분기배당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분기배당을 지급하는 상장사는 지난 4일 기준 13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이 발표한 1분기 분기배당 총액은 3조5616억원 규모다.

기업들의 분기배당금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분기 분기배당 총액은 2020년 2조6314억원에서 2021년 2조784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3조7049억원을 기록해 2003년 분기배당 제도 도입 이후 1분기 기준 처음으로 3조원대를 돌파했다. 올해도 아직 분기배당 발표가 예정된 기업이 남아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들의 배당 정책 확대가 분기배당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사이에선 분기배당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지주가 2021년 2분기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1분기부터 KB금융이 분기배당에 동참했다. 하나금융지주도 2005년 지주사 설립 이후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지급한다. 분기배당 이전 단계인 중간배당을 실시 중인 우리금융지주도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정관 변경을 통해 분기배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지주들이 실시하는 분기배당 규모는 1년 전체 배당액의 17~25%다. 처음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배당금으로 1734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체 배당금 규모(9767억원)의 17.7%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1분기 분기배당으로 각각 2743억원, 1959억원을 배당한다. 작년 배당 총액인 1조928억원, 1조1494억원 기준으로 각각 25.1%, 17% 규모를 배당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금융지주들의 분기배당 추진을 주주환원 정책 확대 분위기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기배당을 실시하면 기업이 주주환원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긍정적 인상을 주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며 "주주로서도 결산배당 외에 추가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어 환영할 만하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분기배당금으로 주당 361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모두 2조4521억원 규모다. 지난해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도입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도 주당 300원씩 배당금 2064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2분기부터는 분기배당이 더 늘 수 있다. 연 2회 실시하던 배당을 연 4회로 늘리는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분기배당이 곧바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해 동안 지급되는 배당총액과 배당가능이익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분기배당을 하더라도 결산배당·중간배당·분기배당 등 전체 배당총액이 전년도와 차이가 없다면 주주환원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기업이 결산 시기에 '올해는 배당가능이익 대비 몇 %를 배당하겠다'는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주주들이 주주환원 수준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