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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크렘린궁 폭발 후폭풍…러 대대적 보복공습 개시

신윤재 기자

입력 : 
2023-05-04 17:32:57
수정 : 
2023-05-04 22: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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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푸틴 노렸다" 명분 삼아
키이우 등 우크라 전역 공격
드론 공격 배후 미국 지목
백악관 "러 거짓말" 반박
젤렌스키는 러 자작극 주장
美, 우크라에 3억弗 무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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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테러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전 위에서 비행체가 폭발하는 장면. 이 모습은 '붉은 광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포착됐다. UPI연합뉴스
러시아가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궁을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공격했고,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전면전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의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공격 명분을 쌓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렘린궁 피격 후 4일 새벽(현지시간)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전국 주요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이 시작됐다.

키이우에선 이날 새벽 2시 20분께, 인근 키이우주에선 새벽 2시 3분, 중부 키로보그라드주에선 새벽 2시 9분께 공습 경보가 울렸다. 키이우시 군정 수장 세르히 폽코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오늘 키이우에 대한 공격 강도가 올해 들어 가장 강력했다"고 말했다.

3일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전날 밤 우크라이나가 무인기 2대를 동원해 공격을 시도했지만 전자전 체계를 통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대통령의 생명을 노린 계획적 테러 행위"라며 "적합한 시기와 장소에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인기로 보이는 비행체가 크렘린궁 지붕 위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장면을 담은 미확인 영상이 유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 발생 당시 부재 중이었으며 폭발로 인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로이터통신,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격의 배후에 분명히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테러 행위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이 내리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우크라이나 테러 정권을 멈추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핵무기 사용을 염두에 둔 주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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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찾은 젤렌스키 3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열린 북유럽·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부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의 미국 배후설 주장에 "거짓말"이라며 일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MSNBC에 "우리는 이 일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유럽을 순방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 또는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땅에서 싸운다"고 밝혔다. 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에게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에 러시아의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이번 무인기 사태는 러시아가 벌인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크렘린궁이 공격받았다고 선전해 러시아 국민으로 하여금 전쟁 위협을 체감시키고 추가 징병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반격을 앞두고 에너지 및 교통 시설에서 폭발과 사보타주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이번 크렘린궁에 대한 공격 시도를 공개하고 보복을 공언하면서 사태가 확전 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중부와 동부 8개 지역에서는 공습 경보가 울렸다. 러시아의 발표 직후 남부 헤르손에서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민간인 21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미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 계정에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이미 시작됐다고 믿는다"면서 "(반격이) 조만간 활동적인 단계로 진입할 것이며 며칠 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곧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대규모 반격 작전을 개시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러시아 측 사상자 급증은 전투가 얼마나 치열해졌는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향후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반격은 대학살 수준의 더 큰 피해 규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개전 이래 지금까지 양측 사상자는 총 36만명으로 추정되는데, 대규모 반격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단기간에 36만명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같은 날 미국은 대규모 반격 작전을 앞둔 우크라이나에 3억달러(약 4000억원)어치의 무기를 추가 제공한다고 밝힌 가운데, 지원 품목에 '히드라-70' 공대지 로켓도 처음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히드라-70 로켓은 주로 공격 헬기가 지상군을 지원할 때 활용하는 무기체계다. 최대 사정거리가 약 10.5㎞로 헬기뿐만 아니라 전투기에도 장착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탄두를 바꿀 수 있어 '맞춤형' 로켓으로 불린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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