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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英 '왕의 행렬' 100개국 정상 초청…푸틴·빈살만은 안 불러

신윤재 기자

입력 : 
2023-05-03 17:24:46
수정 : 
2023-05-03 19: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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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대관식
인권문제 국가 '왕따' 의지
美선 질 바이든 여사 참석
호주 등 英연방 탈퇴 조짐
찰스 3세 구심점 역할 주목
버킹엄궁전 내 탄약 투척 소동
英당국 사복경찰·저격수 배치
사진설명
심야 예행연습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을 사흘 앞둔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심야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황금 마차 '골드 스테이트 코치'가 군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될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 약 100개국 정상과 203개국 대표단을 포함해 2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영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대관식을 사흘 앞둔 3일 새벽 국왕 마차가 런던 거리를 이동하는 '왕의 행렬' 예행 연습이 진행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병사 수천 명이 이날 오전 0시를 조금 넘어 버킹엄궁전에서 행진을 시작해 트래펄가 광장, 다우닝가 등을 거쳐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이동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유럽 지도자들과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호주·뉴질랜드·파키스탄 총리 등이 참석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불참 의사를 밝힌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하며 존 케리 기후특사가 동행한다. 한국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중국에서는 한정 국가부주석이 참석할 예정인데, 한 부주석의 경우 홍콩 사태 대응을 총괄한 인물이란 점 때문에 영국 정가에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정상 대신 고위 외교관이 초청됐으며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미얀마,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정상은 대관식에 초청받지 못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 이른바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를 일으킨 '왕따 국가'는 초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 대신 코로나19 영웅 450명과 국왕 부부가 지명한 자선단체들을 대표하는 청년 400명이 참석한다. 차남 해리 왕자는 부인 메건 마클과 자녀들 없이 혼자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영국 국교회 최고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오전 10시 20분께 찰스 3세와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 부부가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전을 나서는 것에서 시작된다. 국왕 부부는 버킹엄궁전에서 더몰, 트래펄가 광장까지 약 1㎞ 이동하고 이후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총 2.1㎞ 구간을 행진하며 시민과 만난다.

오전 11시께 찰스 3세 부부가 사원 안으로 입장하면 본격적인 대관 의식이 진행된다. 즉위식 거행 때 윌리엄 왕세자가 왕실 일원 중 유일하게 새 국왕 앞에 무릎을 꿇고 오른손에 키스하며 충성을 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왕 부부는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전으로 돌아온다. 이번 세기 가장 화려한 행사로 기대되는 대관식을 위해 영국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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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이 코앞인 이날 버킹엄궁전 경내로 탄약통이 투척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B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께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버킹엄궁전 담장 너머로 탄약통을 집어던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총기는 없었지만 칼을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왕의 대관식 목전에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자 영국 보안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찰관 수천 명을 런던에 집결하는 등 치안과 경비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대관식 당일에는 경찰 수백 명을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배치하고 사복 경찰을 투입하며 옥상 등 곳곳에는 저격수도 둘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보안 작전은 '황금 보주(寶珠·구체로 된 왕실 장식품) 작전'으로 불리며,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 시행된 작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이후 가시화됐던 영연방 소속 국가들 움직임에도 눈길이 쏠린다. 영연방 소속 국가들 사이에서는 여왕이 서거하기 전부터 대영제국이라는 오래된 식민지 잔재를 유지하는 데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그간 영연방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던 여왕의 역할을 찰스 3세가 대신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소속 국가들의 탈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도미니카, 피지, 모리셔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한 나라들로, 지난해에는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합류했다. 앤티가바부다는 2025년까지 공화정 전환에 대한 국민투표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1일 가디언은 대표적 영연방 국가인 호주와 캐나다에서 대관식을 앞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을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호주에서는 '호주 공화주의자 운동(ARM)' 단체가 밀고 있는 구호인 '군주제가 아닌 민주주의'가 박힌 티셔츠가 팔리고 있다. 올해 2월 호주 중앙은행이 엘리자베스 2세 초상이 있던 5달러 지폐에 찰스 3세 초상 대신 원주민과 관련된 도안을 넣는다고 발표하는 등 당국 차원에서 군주제와 결별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스티븐 스미스 신임 영국 주재 호주연방 고등판무관은 영국 언론에 "호주의 군주제 폐지는 시간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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