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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물가 뛰자…日유니클로 임금 최대 40% 인상

신윤재 기자

입력 : 
2023-01-11 17:37:01
수정 : 
2023-01-11 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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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月 29만엔 → 39만엔
"글로벌수준 맞춰 인재 확보"
총리까지 나서 재계에 요청
일본생명·다이와증권 등 동참
소비 위축 막아 선순환 기대
사진설명
연초부터 일본 기업의 임금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이 오는 3월부터 일본 국내 정규직 직원 약 8400명을 대상으로 보너스를 포함한 연봉을 최대 40%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 급여는 월 25만5000엔(약 240만원)에서 월 30만엔(약 282만원)으로, 입사 2년 차 신임 점장은 월 29만엔(약 273만원)에서 월 39만엔(약 367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파트타임 직원 4만여 명의 시급을 10~30% 인상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이 회사 인건비는 지난해보다 약 1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패스트리테일링은 20여 년 전 실적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눠 현재 급여체계를 결정했다. 이후 기본급을 포함해 이렇게 전면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임금 인상은 주요 선진국보다 일본 임금이 낮아 해외 인재 유출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일본에서 근무하는 패스트리테일링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959만엔(약 9000만원)으로 일본 소매업체 중에서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종합상사나 외국계 기업에 비해서는 낮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 기업 관리자급의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9만6374달러였다. 이는 미국(21만9976달러)의 약 절반 수준이었으며 독일보다도 50~60% 낮았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상장 기업 3213개사의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은 약 605만엔(약 5700만원)으로, 900만엔(약 8480만원) 이상인 곳은 110개사에 그쳤다.

최근 일본 내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계 3위 의류 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번 임금 조정을 통해 미국과 유럽 지사 직원 연봉이 일본 직원보다 많은 현 보수체제가 정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근무지 이동도 원활해질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독려해온 일본 정부는 해당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임금을 올리겠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른 기업도 최대한 임금을 인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전면에 나서 임금 인상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 하방 압력에 따른 침체 우려 때문이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데 반해 실질임금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임금 하락에 따른 가계 구매력 저하는 가뜩이나 장기 침체에 있는 일본 경제를 더욱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지난해 11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기 대비 3.7% 급등했다. 이어 지난 10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도쿄 CPI 상승률은 4.0%를 기록했다. 이는 1982년 이래 40년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으며, 닛케이 시장 전망치(3.8%)를 웃돌았다.

반면 임금 상승률은 부진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일본의 실질임금은 급락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기준 종업원 5인 이상 일본 업체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했다. 이는 일본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됐을 무렵인 2014년 5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으로, 감소세는 8개월째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 패스트리테일링에 앞서 여러 일본 대기업이 연이어 올해 임금 인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일본 주요 경제 3단체가 개최한 신년 행사에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회원사들에 "기본급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율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사장은 "그동안 디플레이션으로 임금을 안 올려도 생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생활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며 "6% 이상 임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쓰쓰이 요시노부 일본생명보험 회장도 "직원 5만명의 처우 개선을 궁리할 것"이라며 영업직 직원 임금을 7%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렌고도 춘계 노사협상을 앞두고 이미 수차례 올해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신년 행사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을 요청하며 "올해 임금 인상에 따라 일본 경제 전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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