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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반대매매 급증…증권사 CFD 거래 전격중단

김명환 기자

강인선 기자

김금이 기자

입력 : 
2023-04-28 17:38:31
수정 : 
2023-04-28 23: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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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맨 오른쪽)이 최근 동반 하한가 폭락 사태를 불러온 차액결제거래(CFD) 등과 관련해 28일 열린 국내 35개 증권사 경영진과의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외국계 증권사에서 시작된 차액결제거래(CFD) 매도 폭탄 여파로 '빚투(빚내어 투자)'의 반대매매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장이 커지자 28일 금융감독원은 35개 증권사 경영진과 긴급 회의를 열고 "CFD와 빚투에 대한 리스크 방지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증권사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인 CFD 신규 가입과 매매거래를 차단하고 나섰다.

이번 폭락 사태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날 "지위 고하라든가 사회적으로 차지하는 어떤 위치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법과 원칙의 일관된 기준으로 저희가 가능한 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가 지난 26일 350억원으로 치솟았다. 전 거래일(193억원)에 비해 81% 이상 증가했다. 26일 반대매매는 8개 종목의 동반 하한가가 발생한 지난 24일 미수거래에 대한 반대매매가 포함됐을 것으로 증권가에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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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로 인한 반대매매 역시 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인 A사에 따르면 신용공여 담보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 발생 계좌 수는 100여 개에서 26일 230개, 27일 256개로 급증했다. 미수와 신용거래는 반대매매까지 시차가 있다 보니 26일 이후 반대매매가 급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증권업계 시장 현안 소통 회의'에서 "CFD 기초자산의 위험 수준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차등화하는 등 증권사 스스로도 리스크 확산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CFD 잔고금액은 지난 2월 말 현재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2.2% 증가했다. 신용공여와 공매도 대차잔고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신용융자잔고는 26일 기준 20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1.8% 증가했다. 또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대차잔고도 79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9% 이상 늘어나 역대 최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CFD 신규 가입과 매매 중단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27일 오후 6시부터 국내·해외 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다음달 1일부터 국내·해외 CFD 계좌에서 전 종목 신규 매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문제가 된 삼천리, 선광, 다우데이타 등 급락 8개 종목에 한해서만 매매를 중단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24일 8개 종목의 동반 하한가 급락 후 CFD를 활용한 주가조작 세력이 이번 사태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과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이 사전에 약속하고 주식을 거래하는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상승시켰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하한가 종목 중 하나인 다우데이타를 폭락에 앞서 매도한 것과 관련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 전 회장과 관련해 아난티그룹은이 전 회장 아들인 이만규 대표 명의로 "아난티는 주가조작 논란과 일체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 대표는 "주식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 관련해서는 28일 증권사 대표 회의에 참석한 황현순 다우키움그룹의 키움증권 사장이 "(매각 시점이) 우연이고 공교로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의 매매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한가 폭탄을 맞은 8개 종목은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가 이어지며 모두 상승으로 이날 거래를 마쳤다. 대성홀딩스는 이날 거래량이 전 거래일(22만주)에 비해 84배 늘어난 1850만주를 넘어서기도 했다.



차액결제거래(CFD)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자금의 최대 2.5배까지 매수와 공매도가 가능해 상승 땐 수익이 커지지만 폭락 시엔 손실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다.

[김명환 기자 / 강인선 기자 / 김금이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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