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따르면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컬렉션은 전 세계적으로 108병만 한정 판매되는데, 원산지인 스코틀랜드를 제외하고는 한국에 가장 많은 6병이 배정됐다. 이를 놓고 한국이 비싼 제품도 잘 팔리는 시장으로 국제적으로 인증 받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란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주세가 다소 높은 것도 이유지만, 희소성 높은 제품이라면 아무리 비싸도 팔리는 국내시장 특성을 고려해 일부러 고가 정책을 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비단 고급 위스키뿐만이 아니다. 호텔 뷔페와 빙수를 포함해 고급 햄버거, 한우갈비, 어복쟁반 등 고가 음식을 판매하는 업체들 사이에선 최근 가격을 1년 전보다 10~30%씩 올린 배짱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고급 음식이나 디저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자, 외식업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노려 경쟁적으로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들은 뷔페 가격도 경쟁하듯 올리고 있다. 서울신라호텔 레스토랑 더 파크뷰가 지난 3월부터 주말 저녁 기준 뷔페 가격을 18만5000원으로 종전(15만5000원)보다 20%가량 올렸다.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콘스탄스도 오는 5월부터 가격을 저녁 기준 18만5000원으로 종전(16만5000원) 대비 12% 인상한다.
패션잡화 유통기업 진경산업이 영국 스타 셰프 고든 램지와 손잡고 작년 초 서울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고든램지버거는 가격 논란에도 지난해 4월 기준 월 매출 10억원으로 롯데월드몰 내 식음료 매장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으면서 오는 6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중저가 버거 프랜차이즈인 버거킹마저 최근 세트 기준 2만원에 육박하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한국물가정보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한우 전문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한우등심 1인분(150g) 평균 가격이 올 들어 6만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사이 한우 도매가는 10% 이상 하락했지만 음식점 한우 가격은 약 30%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한우등심 1인분 가격이 1만5000~2만원 선인 것에 비하면 음식점에서 파는 한우가 3배나 비싼 셈이다. 치솟는 음식점 한우 가격에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은 고깃집 외식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고 한숨을 짓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우 음식점들이 경기침체 국면에서 소비자들이 외식을 이어가도록 하는 합리적인 가격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