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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만문제 요충지 필리핀…미·중 "우리 편에 붙어라"

한재범 기자

입력 : 
2023-04-23 17:27:47
수정 : 
2023-04-23 20: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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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최근접·남중국해 당사국
中친강, 첫 동남아 방문국 선택
美, 필리핀과 훈련 사상 최대로
FT "중국, 긴급 개입 나섰다"
필리핀, 미는 동맹·중은 교역
양국 사이서 아슬아슬 줄타기
사진설명
중국 외교 수장이 자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필리핀을 방문해 양국 간 우호 관계 지속을 강조했다. 필리핀이 미국에 자국 내 군사기지 사용을 추가로 허용한 데 이어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까지 진행하는 등 미국과 밀착 행보를 이어가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이 긴급한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남중국해 분쟁과 대만 문제의 요충지로 꼽히는 필리핀이 미·중 외교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밤 마닐라에 도착한 뒤 이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했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친 부장이 취임 후 동남아시아 국가를 예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서 친 부장은 미국과 군사훈련 중인 필리핀을 겨냥해 자국의 주권과 영토 존중을 강조했다. 친 부장은 "대만과 해양 문제 등을 타당하게 처리하고 중국의 정당한 우려에 확실히 응답하며 중국의 주권·안전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 우호 관계 증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양국 간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지속함으로써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은 지난 1월 이뤄진 양국 정상 간 합의를 진정으로 이행하고자 필리핀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필리핀과 미국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이 벌어지는 시점에 이뤄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11~28일 실시되는 이 훈련에는 미군 1만2200명, 필리핀군 5400명, 호주군 111명 등이 참가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두 배 수준의 병력이 참가하는 것으로, 발리카탄 훈련 역사상 최대 규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필리핀에 대해 중국이 긴급 개입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발리카탄 훈련 외에도 미국·필리핀 간 밀착은 중국을 자극해왔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월 성명을 내고 미국·필리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미군이 순환 배치될 수 있는 필리핀 기지 4곳에 대해 추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합의로 모두 9곳을 미군이 쓸 수 있게 됐다. 미군이 추가로 사용하게 된 군 기지에는 대만과 인접한 북부 카가얀주의 카밀로 오시아스 해군기지와 랄로 공항, 이사벨라주 육군기지 등 3곳이 포함됐다. 이들 3곳은 대만과 불과 400여 ㎞ 떨어진 지역으로, 사실상 중국의 턱밑을 겨냥한 것이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 동맹국이다. 다만 중국과의 교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어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 외교를 유지해왔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난 1월 동남아 이외 첫 국빈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왕이 전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해 6월 마르코스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만에 필리핀을 찾아 "양국 관계의 새로운 황금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며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다만 마르코스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위협과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필리핀으로 파급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 FT는 전했다. 이 때문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등 탈중국 행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필리핀을 둘러싼 미·중 외교 경쟁전이 한층 과열된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중국이 필리핀 흔들기에 나선 가운데 미국은 필리핀과의 밀착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을 다음달 1일 백악관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필리핀 방위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하고 경제협력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유럽의 전력이 대만해협 순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AFP통신에 따르면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프랑스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실린 기고문에서 "(대만은) 우리와 경제적·상업적·기술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유럽 해군이 대만해협을 순찰함으로써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구역에서의 '항행의 자유'에 대한 유럽의 헌신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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