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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CC 자회사 '모멘티브' 연내 美증시 간다

박창영 기자

강두순 기자

입력 : 
2023-04-23 17:25:14
수정 : 
2023-04-23 20: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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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실리콘 제조사
기업가치 6조원 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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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인 KCC가 2019년 인수한 미국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MPM)를 이르면 연내 미국 시장에 상장하기로 했다. 세계 3위 실리콘 제조사인 MPM은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 기업가치가 45억달러(약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이 인수한 해외 기업을 현지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산업계·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PM은 이르면 연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목표로 최근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섰다. 국내외 IB로부터 프레젠테이션(PT)을 받았으며 두 곳 이상의 주관사를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KCC는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 원익그룹과 함께 MPM의 모회사인 MOM홀딩컴퍼니를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는 최대 규모인 31억달러(당시 기준)에 사들였다. 이후 실리콘 사업을 담당하는 MPM은 KCC가, 반도체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쿼츠 등을 생산하는 모멘티브테크놀로지는 원익그룹이 경영하고 있다. 이번에 상장되는 것은 KCC가 경영을 맡고 있는 MPM이다. KCC는 2021년 실리콘 관련 자회사들을 MPM에 매각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50%+1주에서 60%로 끌어올렸다. KCC와 SJL 양사는 고부가가치 제품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MPM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2018년 3억달러에서 2022년 4억5000만달러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KCC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OM홀딩스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7091억원에 달한다.



구조조정 통해 가치 '껑충' 4년새 이익 1.5배로 늘어



 GE실리콘을 전신으로 하는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MPM)는 세계 3대 실리콘 기업 중 하나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이 회사가 제조한 신발을 신고 달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찍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9년 SJL파트너스, 원익그룹과 함께 MPM 모회사인 MOM홀딩스를 품에 안은 KCC는 전 세계 실리콘 시장에서 10위권 밖이던 순위가 3위로 올라서게 됐다.

 인수 초기에는 KCC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떨어지는 등 부정적 전망이 앞섰다. 그러나 KCC와 SJL파트너스가 인수 후 착수한 VCP(Value Creation Program·가치 창출 프로그램)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양사는 미국 워터퍼드·앤트워프·텍사스시티에 있던 노후화된 MPM의 실리콘 생산시설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원가 경쟁력이 업계 하위권인 공장 등을 정리하고 관성적으로 직접 생산하던 원료를 외부에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KCC 내부에 있던 실리콘 사업부도 MPM으로 통합했다.

 이 작업을 통해 원가 경쟁력 향상과 생산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MPM의 유일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부였던 컨슈머 실런트도 매각해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하게 했다.

 시장에서는 MPM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45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실리콘 업계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활용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EV/EBITDA)'인 9~11배를 지난해 이 회사 EBITDA인 4억5000만달러에 적용한 것이다.

 산업계·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MPM의 미국 증시 상장이 한동안 침체돼 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한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는데, 한국 기업의 자회사가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함으로써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2021년 쿠팡의 100조원대 상장 이후 불어닥친 IPO 시장 한파로 한국 회사의 미국 증시 데뷔가 끊겼다. 네이버웹툰 등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MPM에 앞서 2011년 휠라가 미래에셋PE와 함께 인수한 아쿠쉬네트홀딩스를 2016년 뉴욕 증시에 상장시킨 바 있다.

[박창영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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