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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러 고립' 초강수 카드 꺼낸 G7…친서방 對 친러 세력싸움 격화

김규식 기자

강계만 기자

송광섭 기자

입력 : 
2023-04-21 17:40:15
수정 : 
2023-04-21 23: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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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1년2개월 … 신냉전 대결 가속
◆ 러시아 제재 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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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고강도 '압박 카드'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황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자 서방 선진국들이 전쟁 종식을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다. 서방 국가 대(對)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블록화' 외교전도 격화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이 일본에 이어 한국을 끌어들이고,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밀착하는 대결 구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일제히 강도 높은 반응을 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21일 일본 교도통신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의약품과 농산물 등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품목에 대해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다음달 G7 정상회의에 앞서 회원국들과 사전 협의하는 중이다. 또 이 같은 대러 제재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다.

외신은 G7 지도자들이 전면적인 러시아 제재를 승인하려면 정확히 어떤 의약품과 농산물을 예외로 할지를 협의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지금도 러시아는 제재 품목인 EU산 첨단 제품을 튀르키예, 세르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동유럽·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경유해서 우회 수입하는 중이다. EU 회원국들까지 포괄적으로 대러 제재에 동참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러시아는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즉각 반발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대(對)러시아 제재와 함께 미국과 EU가 고려 중인 추가 조처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본다. 이는 세계 경제 위기를 향한 추세를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의 석유 동맹을 과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하고 원유생산량 제한을 위한 OPEC+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로, 두 정상은 양국 간 협력 수준에 만족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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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은 G7이 제재 확대에 성공하면 러시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통한 보복도 우려된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유럽향 가스 차단 등 '자원 무기화'로 대응하던 기존 조치가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심지어 흑해 항로를 다시 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길인 흑해 항로를 봉쇄했다. 같은 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에 한시적으로 합의했고, 합의 기한인 지난달 18일을 앞두고 60일 연장했다. 러시아로 수출하는 한국 중소기업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중국은 서방 세계의 이러한 결정을 러시아에 대한 단순한 견제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중국이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와 친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며 반중·반러 전선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유럽 정상급 인사 2명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전을 통해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을 규합해서 러시아를 압박하는 한편 대만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국을 포위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이달 26일에는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3연임에 성공한 이후 세계 무대로 빠르게 복귀 중이다. 그는 작년 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미국 주도인 중동 질서에 균열을 냈고, 올해 3월에는 러시아를 찾아가 중·러 밀월 관계를 재확인했다. 또 미국에 맞서 '안방 외교'를 통해 우군들을 포섭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마크롱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초청했다. 중국은 무력을 통한 대만 통일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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